주총 덮친 신종 코로나…참석률 비상

입력 2020-02-14 17:23   수정 2020-02-1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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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가 기업 주주총회까지 덮치고 있다. 감염 위험을 피하기 위해 주총장을 찾는 개인 주주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 폐지 이후 의결 정족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로선 엎친 데 덮친 상황이다.

부동산투자회사 NH프라임리츠는 지난 11일 주총 소집공고를 내면서 코로나19에 관한 안내도 담았다. 오는 26일 주총장인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빌딩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발열 의심환자의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알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총 참석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달 25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미원화학을 시작으로 상장사들의 정기 주총이 줄줄이 열린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다음달까지 이어지면 주총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상장사 IR팀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비율이 낮은데 코로나19 영향으로 그마저도 떨어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의결 정족수 확보가 쉽지 않은 상장사에는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7년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되면서 정기 주총 안건 통과에 필요한 최소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고심하는 상장사가 늘었다.

특히 올해는 사외이사(감사위원 포함)의 최장 임기를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하는 개정 상법 시행령에 따라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신규 선임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한 정족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개인 주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 상장사가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1298곳(12월 결산법인 기준) 중 41.9%인 544곳(감사 429곳·감사위원 115곳)이 이번 정기 주총에서 감사 및 감사위원을 신규 선임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 등 선임 안건을 상정한 코스닥 상장사 490곳 중 25.5%(125곳)가 정족수 미달 등의 이유로 부결될 정도로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사 선임 안건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전체 지분의 3%로 제한되는 ‘3% 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주요 기관투자가가 없는 코스닥 상장사는 개인 주주들로부터 의결권을 모으지 못하면 안건 처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여러 기업이 올 들어 전자투표를 도입해 주총 참여를 활성화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정기 주총 때 기업별 전자투표 행사율은 평균 4~5% 수준에 그쳐 아직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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