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탁금 최고 5천만원…2030 "정치 진입장벽 너무 높아"

입력 2020-02-14 18:01   수정 2020-02-15 01:31

정치권은 선거철만 되면 “정치 신인이 필요하다” “청년 정치인이 없다”는 말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정작 정치 신인에게 장벽이 되고 있는 제도를 개선하는 데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기탁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기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500만원의 기탁금을 내야 한다. 후보 난립을 막자는 취지지만 금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6년 “비례대표 후보에게 기탁금을 받는 것은 헌법 불합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 국회에 기탁금을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잇따라 제출됐다. 150만원부터 1000만원에 이르기까지 기탁금을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법안만 7건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2018년 6월까지 법을 개정해야 했지만 국회는 손놓고 있다. 이를 두고 원내 진출한 국회의원들의 또다른 기득권 지키기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정치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에는 기탁금이 없다. 한국은 터키 3564만원, 일본 3000만원에 이어 세 번째로 기탁금이 많은 나라다.

정당에 따라 당내 기탁금도 존재한다. 정의당은 지난달 19일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가 내야 하는 당내 기탁금을 현행 500만원에서 3500만원으로 올리기로 하면서 비판받았다.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기탁금만 총 5000만원이 있어야 한다. 선거법 개정으로 정의당이 확보할 수 있는 비례대표가 대폭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의석 장사를 하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018년 국가 기탁금을 15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자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점을 들어 ‘이중잣대’라는 비판도 나왔다.

장능인 울산 울주군 예비후보(31)는 “법에 의한 국회의원 출마 기준은 만 25세인데 만약 그 나이대 후보가 출마한다고 생각하면 기탁금은 커다란 현실적인 장벽”이라고 했다.

정의당 외에 다른 당도 경선 기탁금 등의 명목으로 1000만~2000만원의 금액을 받고 있다. 정치 신인의 국회 진입을 막는다는 비판이 일자 각 정당은 청년을 대상으로 기탁금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탁금을 마련하기 위한 후원금 제도도 정치 신인에게는 제한돼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의하면 원외 정치인은 예비후보 등록 전 후원금 모금이 불가능하다. 제도권 밖의 정치인이 후원금을 걷으면 부작용이 있을 것이란 반론도 있지만 돈 때문에 정치 신인이 국회에 진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선거에 수억원이 필요한 상황은 젊은 정치 신인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라며 “예비후보의 선거운동 비용을 보전해주는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미국의 경우 투명하게 출처만 밝힌다면 정치후원액에 상한이 없고, 예비후보 등록 전에도 모금이 가능하다”며 “이것과 비교하면 지금의 제도는 일종의 기득권 보호 장치이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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