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예산 부족으로 마스크 못 구해
코로나19 감염증 사태 여파로 마스크 가격이 폭등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저소득층 마스크 지원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사업에 책정된 예산이 마스크 개당 800원 수준에 불과해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대구시는 저소득층 1인당 50개의 마스크를 지원하기 위해 약 57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마스크 가격 폭등으로 목표 보급량을 맞추기 어렵게 됐다. 울산시도 13억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아직 마스크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마스크 부족으로 가격이 올라간 상태여서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공공입찰에 참여할지도 불투명하다”고 했다.
복지부는 작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국비에 지자체 예산을 30~50% 매칭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복지부에 편성된 예산은 460억원 수준. 지난해 19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심해지는 3월 마스크 배급을 목표로 이달부터 물량 확보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마스크 가격이 급등하면서 조달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복지부가 목표로 하는 마스크 개당 가격은 800~1000원이다. 그러나 시중 마스크 단가는 이를 넘긴 지 오래다. 가격비교업체 다나와에 따르면 3M사의 KF94 등급 마스크 가격은 지난달 말 개당 1250원에서 이달 13일 2410원까지 뛰었다. 유한킴벌리 사의 KF80 마스크는 개당 870원에서 3900원까지 급등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에서는 마스크 공급업체나 도매상들이 개당 단가를 1200원 이상 부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면 마스크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추가 예산을 지급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물량 감당 안 되자 ‘되팔아요’
정부는 마스크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사재기’ 단속에 나섰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00만 장 단위의 사재기를 적발하는 등 감시·감독이 엄격해지면서 사재기는 한층 꺾인 모양새다.
지난주 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서울 강남·송파 지역에서 직접 거래를 하겠다’는 글이 게시됐다. KF94 등급 마스크 500장을 한 장에 2400원에 내놓는다는 내용이었다. 각종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이처럼 구매한 마스크를 되판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코로나19 사태가 차츰 소강기를 맞으면서 집에 쌓아둔 마스크를 판다는 것이다.
KF94 마스크를 남편과 함께 수십 개에서 100개씩 보이는 대로 구매했다는 40대 여성은 “막상 사 놓은 만큼 마스크를 쓰지도 않고, 유통기한도 있어 온라인 중고마켓에 60개를 8만4000원에 내놨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마스크를 잔뜩 사들여 쟁여뒀다가 감당이 안 되자 되파는 중국인도 있었다. KF94 마스크 100장을 16만원에 판다는 글을 올린 중국인은 “중국에 있는 부모님 댁에 보내려고 마스크를 샀는데 300개 이상은 못 보낸다고 해서 남은 것을 집에 보관하다가 너무 많아 처분하려고 올렸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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