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月 2회 강제 휴업 시켰지만…전통시장 못 살리고 소비자 불편만 키워

입력 2020-02-16 17:37   수정 2020-02-17 01:05

맞벌이하는 김보영 씨(40) 부부는 둘째, 넷째 일요일엔 장을 보기 어렵다. 집에서 불과 300m 거리에 있는 대형마트가 의무휴업 규제로 문을 닫는다. 그렇다고 전통시장에 가기도 쉽지 않다. 차로 20분이나 걸리는 데다 주차도 불편하다. 선택은 둘 중 하나. 장을 보지 않거나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김씨는 “우리야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면 되지만 모바일 주문에 서툰 어르신들의 불편은 여간 크지 않다”고 말했다.

2012년 1월부터 시행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의무휴업이라는 낡은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규제로 피해를 본 유통업체는 물론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됐던 전통시장의 상인들조차 “우리 경쟁 상대는 온라인”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매달 두 번의 일요일마다 불편을 감수한 지 8년째다.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규제의 혜택은 쿠팡 위메프 등 온라인 업체가 누리고 있다. 마트 휴무일이 임박하면 이들 업체는 ‘내일은 마트가 쉬는 날’이라는 팝업 메시지를 내걸 정도다.

의무휴업이 핵심인 유통사 영업 규제는 2000년대 후반 SSM의 확장에서 비롯됐다. 서울 시내 SSM 점포 수는 2006년 52개에서 2011년 267개로 급증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을 중심으로 SSM을 규제해야 한다는 청원이 잇따랐다. 2010년 11월 전통시장 반경 500m 내 SSM 출점이 제한됐고, 이듬해 6월에는 반경이 1㎞로 확대됐다.

대형마트도 규제를 피해가지 못했다. 2012년 1월부터 대형마트와 SSM을 대상으로 영업시간 규제(밤 12시~오전 8시 영업금지)와 의무휴업 규제(월 1~2회 의무휴업)가 시작됐다. 2013년 4월부터 영업시간 규제는 오전 10시까지로 확대됐고, 의무휴업도 월 2회로 강화됐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규제가 애초 의도와 달리 지역상권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7년 9월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간다’고 대답한 소비자는 12%에 불과했다. ‘쇼핑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27%로 가장 많았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장은 “대형마트 인근 빵집이나 식당의 영세상인들은 오히려 대형마트로 모객효과를 보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주말에 의무휴업 규제가 지속되면 지역상권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된 시대에 적합한 규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통시장의 경쟁자는 이제 온라인쇼핑몰”이라며 “매달 두 번 대형마트가 쉰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전통시장 대신 온라인 쇼핑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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