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번 환자 아내 30번째 확진자 됐다…방역망 밖 첫 사례, 지역감염 비상

입력 2020-02-17 07:22   수정 2020-02-1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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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를 방문한 적도 없고 확진환자와 접촉한 경로도 불분명한 29번째 확진자(82·남·서울 종로구)의 아내가 국내 30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된 것으로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보건당국의 방역감시망 밖 첫 코로나19 지역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29번째 확진자는 전날 오전 가슴 통증(심근경색 의심 증상)을 느껴 동네의원 두 군데를 거쳐 낮 12시께 서울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응급실에서 CT(컴퓨터단층촬영)상 바이러스성 폐렴이 의심돼 음압격리실로 이동해 검체 채취 및 검사를 거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응급실에 머문 시간은 4시간 가량으로 확인됐다.

29번째 확진자의 양성 판정에 보건당국은 아내에 대한 격리 조치를 내렸고, 16일 밤 아내 역시 30번째 확진자로 판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30번째 확진자는 29번째 확진자가 격리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기존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고 해외여행 이력도 없는 이들이 코로나19에 걸리면서 지역사회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29번째 확진자는 확진자의 접촉자가 아니다. 해외여행 이력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28명의 다른 확진자, 해외 오염 지역과 연결고리가 없다는 뜻이다.

특히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29번째 확진자가 사흘에 한 번씩 종로3가의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을 하고, 평소 동네 경로당 찾거나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기원에 들러 바둑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층, 저소득층 등 감염 취약계층의 감염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보건당국은 현재 응급실 진료를 일시이동중지명령 상태로 정지시키고 노출 환자들은 1인실로 격리했다. 또 의료진과 청소 인력 등 36명을 격리해 검사를 진행 중이다. 정 본부장은 "환자의 접촉자를 파악해 (격리)조치하는 게 우선"이라며 "29번째 확진자가 어디서 감염됐는지 감염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면 걷잡을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방역감시망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처럼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면 확진자가 대거 나올 수 있어서다. 일본은 16일 기준 요코하마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를 포함해 확진자가 414명 발생했다. 중국을 제외한 코로나19 감염 28개국 가운데 가장 많다.

보건당국은 혹시 모를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 국내 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원인 불명 폐렴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29번째 확진자가 처음에는 폐렴만 발견됐던 점에 주목한 조치다. 보건당국은 지난 2015년 메르스 때도 확산세가 이어지자 폐렴환자를 전수조사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은 매일 오전 10시(오전 9시 기준)와 오후 5시(오후 4시 기준) 코로나19 환자 현황을 공개한다. 30번째 확진자는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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