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이 급등해 부동산 규제여건이 충족된 경기도 수원·용인·성남 등 이른바 '수용성'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부동산 관련 카페나 커뮤니티에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서 불안한 세입자들은 "집주인만 표가 있는 게 아니다", "업자들은 다 먹고 떠났다"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반면 "그동안 올랐던 광주나 대전은 내버려두더니 우리만 규제하냐", "수용성 잡아봤자 다른 곳들이 오를텐데 의미없다" 등의 의견도 있다.
정부와 청와대는 "12·16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풍선 효과'로 가격이 급등한 수용성 지역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에도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회의에서 최근 주택시장 동향을 점검하는 등 추가규제를 꾸준히 논의했다. 국토교통부 또한 이르면 이번주에 조정대상지역을 추가 선정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쳤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이 흔들리는 것이 우려된다"며 난색을 표하면서 결론을 짓지 못했다. 선거가 6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규제 보다는 투기 세력에 대한 현장 단속 강화 등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고위 당·정·청 정례회의에는 민주당에선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왔고 청와대에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이 참석했다.
정부가 서울 강남을 비롯한 고가주택을 겨냥한 12·16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서는 '풍선효과'를 우려했다.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른다는 얘기다. 앞서 강남을 규제하면서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이 올랐던 것처럼 어느 지역에서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실제 연말부터 경기 남부권의 대표적인 주거지인 수원, 용인, 성남시에서 풍선이 부풀었다.
집값은 거침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분양권과 새 집을 중심으로, 교통망이 확충되는 지역에서 주로 집값이 폭등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2월10일 기준으로 수원시 권선구 아파트값은 한주만에 2.54% 상승했고 영통구와 팔달구도 각각 2.24%와 2.15%씩 올랐다. 용인은 수지구에서, 성남은 수정구에서 눈에 띄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분양권 가격이 분양가 대비 두배 가량 뛴 경우도 많다. 수원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무순위 청약에 수도권 수요자들이 수만명씩 몰리기도 했다.
수원 팔달구와 광교지구, 용인 수지·기흥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성남 분당구는 투기과열지구인 상태다. 조정대상지역에선 담보인정비율(LTV)이 60%로 제한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50%까지만 허용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등 다양한 규제가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 검토를 하는 것은 맞다. 구체적인 지역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지만 조만간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지역을 결정할 것"이라며 규제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많다. 세입자들은 특히 "집주인이 바뀌고 집값이 오르면서 전셋값을 올릴까 불안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수용성 규제설이 부각되면서 투기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남양주에 살고 있다는 A씨는 "이제는 남양주나 동부쪽으로 투기세력들이 오는 거 아니냐"라며 "이러다가 수도권 집값이 다 오르겠다"고 말했다. 안양 만안구, 의왕, 군포 등 수원과 가까운 지역의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의 일관성없는 규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서 규제가 이뤄지더니 이제는 올랐는데도 규제를 안하는 게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수용성 중 한 곳인 용인시 기흥구는 2018년 12월 당시 역세권의 새 아파트만 급등했음에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팔달구는 재개발이 한창 남았음에도 규제를 하면서, 공공분양 아파트의 받으려는 서민들이 대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오히려 규제당시 과열양상을 보였던 '화서역 파크푸르지오'는 장안구여서 규제를 피했다. 최근에는 신분당선 연장선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이 아파트의 분양권은 분양가 대비 두배 이상으로 뛰었다.
지역별로 차등을 두는 규제에 대한 반발도 있다. 2018~2019년 광주광역시와 대전광역시에서는 집값 상승이 뚜렷했지만, 규제가 없었다. 광주 일부지역에서는 투기세력이 빠져나가면서 지난해부터는 오히려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대전에서는 집값이 오르면서 청약에 수만명이 몰리고 분양권에 수억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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