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지난해 4분기(2019년 10~12월)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경제가 뒷걸음질한 것은 5분기 만입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소비세율 인상, 대형 태풍 등 자연재해 영향이 겹쳤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지난해 4분기 일본 경제의 부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은 포함돼 있지 않은 만큼, 올 1분기 이후 경제 성적표도 매우 부진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17일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2019년 10~12월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기 대비 1.6%감소했던 것으로 나왔습니다. 연율 환산으로는 -6.3%의 부진한 결과입니다. 2018년 3분기 이후 5분기만의 마이너스 성장이고, 연율 환산 감소폭은 2014년 2분기(-7.4%)이후 가장 큽니다. 지난해 3분기에 연율 환산 0.5%의 미약한 성장세나마 유지했지만 4분기에는 ‘추락’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일본 경제의 부진한 4분기 성적표는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일본의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일본 경제가 지난해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것으로 분석하긴 했지만 감소율은 전기 대비 -1.0%(연율 환산 -3.9%)정도 였을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부진한 경제성과의 주요 원인으로 지난해 10월 실시된 소비세율 인상을 꼽았습니다. 소비세율이 인상되면서 내수소비가 위축됐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개인소비는 2.9%감소하며 5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대형 태풍 등 자연재해가 겹쳤던 점도 소비부진을 가속화했습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설비투자도 3.7%감소했고, 수출은 0.1%줄었습니다. 수입도 2.6%감소하면서 3분기만의 마이너스를 찍었습니다. 주택투자도 2.7%감소로 돌아섰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에 일본 경제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위축됐지만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다는 점입니다. 올 1월말 이후 중국에서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충격파가 반영되는 올 1분기 이후 경제 성적표는 더욱 참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지표상으로 좋은 결과를 내놨던 일본 경제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는 성장 동력이 부쩍 약해진 모습입니다. 여기에 대규모의 치명적인 전염병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가해지면서 경제를 억누르는 모습입니다.
나름 기초가 튼튼하다고 여겨졌던 일본 경제지만 국내외 부정적 영향이 겹치면서 부진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한국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요인 중 상당수가 일본과 동일한 만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앞으로의 과제에 맞서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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