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29번째 확진자와 30번째 확진자가 서울대병원에 격리 조치됐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82세 29번째 확진자는 15일 오전 가슴 통증(심근경색 의심 증상)으로 동네 의원 두 곳을 거쳐 정오쯤 서울 고대안안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확진됐으며 이어 아내도 16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특히 이들은 해외 여행 이력이 없고 환자 접촉자로 관리도 되지 않아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상황이라 지역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환자가 다녀갔던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이 폐쇄되고 병원에서 접촉한 의료진과 환자 등 40여 명이 격리 조치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9번 환자는 지난 15일 오전 11시46분쯤 가슴 통증 증세를 호소하며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을 내원했다.
◆ 고대안암병원 응급실 빠른 대처가 확산 막았다
응급실 방문 당시 심근경색증이 의심돼 엑스레이(X-ray) 검사를 받았고 오후쯤 받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폐렴 증상이 확인돼 응급실 옆에 위치한 음압격리병상으로 옮겨졌다.
이 환자는 응급실을 방문하기 전 선별진료소를 거치지 않았으며,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돼 검사를 받으면서 음압격리실에 격리됐다.
이후 16일 오전 1시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오전 1시 45분~2시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환자는 고대안암병원에 14시간 정도 머물렀지만 엑스레이 검사 직후 병원 측의 신속한 격리조치로 노출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29번째 확진자가 발열이나 기침 증상도 아닌 흉통으로 응급실에 간데다 X선 검사에서 약한 폐렴이 발견된 걸 가지고 혹시나해서 검사를 해봤다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라면서 "그 때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 29번째 확진자 동선 파악 분주
29번째 확진자의 불분명한 감염경로를 놓고 당국이 긴급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확진자는 해외를 방문한 이력이 없고 정부가 접촉자로 분류해 관리하던 경우가 아니어서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짧은 시간이나마 29번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 36명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병원에 따르면 접촉자로 분류된 환자 6명은 원내 1인실에 격리상태로 전해졌다.
29번째 확진자는 서울 종로구에 거주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고대안암병원을 가기 전 동네 의원 두 군데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어디서, 누구에게 감염됐는지 오리무중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9번 환자는 여행력이 없으며 심근경색증 같은 가슴 통증으로 진료를 받았기 때문에 (외부) 노출이 어느 정도 발생한 것으로 보고 현재 폐쇄회로(CC)TV 분석과 동선 파악 등을 하며 노출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가 감염원이고 감염경로인지 역학조사를 하고 판단한 뒤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국내에서의 방역 관리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며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 밝힌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서 지역감염 사례로 의심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11일 이후 이틀째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안정기에 돌입했다고 보고 ‘과도한 불안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한 것지만 시기상조였음이 드러났다.
보건당국이 가장 우려하던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사례가 될 수도 있어 지역사회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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