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돈 안되는' 전자투표 유치에 달려드는 이유

입력 2020-02-17 12:06   수정 2020-02-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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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월 17일(12:06)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정기 주주총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과거보다 높아지고 있죠.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해섭니다.

배경에는 전자투표제가 있습니다. 전자투표를 활용하면 주주들이 주총장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소액주주들의 권익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답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12개 모든 상장 계열사에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했죠. 앞서 삼성전자도 올해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고요. 올 정기 주총 때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기업은 사상 최대인 800여개로 전망되고 있답니다.

특히 이번 정기 주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액주주들의 주총장 방문이 더 줄어들 수 있어 전자투표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원래 전자투표 플랫폼은 한국예탁결제원이 유일했습니다. 상장사들은 일정 비용을 부담하고 전자투표를 이용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난해 미래에셋대우가 민간 금융사로는 처음으로 전자투표 플랫폼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아직 예탁결제원을 이용하는 상장사 비율이 훨씬 높지만 미래에셋대우를 찾는 상장사들이 빠르게 늘었거든요.

별도 비용을 부담할 필요도 없고,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는 연계 서비스까지 제공해 만족도가 높았다는 후문입니다. 전자투표 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해 올해는 삼성증권도 뛰어들었습니다.

사실 증권사들에 전자투표는 돈을 벌 수 있는 수익 사업은 아닙니다. 어찌 보면 일종의 서비스 제공 차원이죠. 다만 기존 증권사 고객인 소액주주들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전자투표를 통해 네트워크가 없던 기업들과 관계를 새로 맺을 수도 있고요.

이 과정에서 증권사 개인 고객들을 새로 늘릴 수 있는 방법까지 모색할 수 있답니다. 다른 증권사들이 속속 전자투표 시스템을 개발해 이 시장에 진입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대기업의 전자투표 시스템 유치 경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돈이 되진 않지만 대기업을 확보했다는 것만으로도 증권사 이미지와 인지도에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기업 입장에선 민간 금융사에 주주명부를 넘기는 것이 부담스러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예탁결제원이 아닌 증권사를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 증권사에 대한 신뢰도를 나타내는 것이니까요.

증권사 간 전자투표 시스템 유치 경쟁이 소액주주들의 권익 제고와 긍정적인 주총 분위기 확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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