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초기 환자들도 완치되고 있다. 방송에 나오는 질병관리본부장은 격무에 시달린 모습이 역력하지만, 국민에게는 한국 방역 책임자로서 충분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권한 있는 사령탑도 없이 비(非)전문가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여기저기에서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던 예전에 비해 국민은 훨씬 더 존재감 있는 방역 책임자를 믿고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는데, 방역과 보건 분야에서는 소를 잃은 뒤에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일선 병원을 책임지고 있는 필자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아직도 ‘고칠 외양간’이 많이 남아 있다. 이번 코로나19 같은 일이 닥칠 때가 아니면 감염증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외양간 고치는 일’은 어렵기 그지없는데, 그래도 반드시 해야 할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일들이다.
특히 병원 문화, 그중에서도 간병·면회 문화는 개선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 이전에는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상급 종합병원에서도 단체 면회객이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고, 종교단체에서 온 내방객들이 다른 환자의 진료에 방해가 될 정도로 종교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메르스 사태 이후에는 그나마 개선되는 기미가 보였던 기억이 있다. 이전에는 엄두도 못 내던 병실 스크린도어 설치, 환자 안전과 감염 관리를 위한 면회 제한 등이 당시 ‘외양간 고치기’ 사례들이다.
코로나19와 관련, 모든 병원은 불필요한 방문객을 통제하고 병원을 출입하는 직원, 면회객 등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발열과 최근 해외여행 이력을 확인하고 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지만, 우리나라 모든 병원에는 병원에 소속돼 있지 않음에도 병원에 상주하는 이들이 있다. 간병인이다.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중국 국적 동포들이 간병의 큰 부분을 맡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또 다른 감염증과 관련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배경이다. 설 전후에 많은 수의 간병인이 고향인 중국을 방문했거나 방문한 가족과 생활하고 돌아와 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병원들은 이들 간병인의 여행력을 확인하느라 애를 먹었다.
한국의 간병인 제도는 공적인 교육과 관리 밖에 있다. 소개와 계약 등 관리는 가사도우미를 구인하는 방식으로 직업소개소를 통해 이뤄진다. 병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외부 인력이다. 당연히 보건복지부는 물론 보건·방역과 관련된 정부 어느 기관의 관리도 받지 않는 인력이다.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시행하는 우리나라에서 최신 항암제, 희귀병 치료제의 보험 적용, 자기공명영상(MRI) 보험 적용 등에 비해 관심을 못 받으니, 관리하지 않았다기보다 문제점을 외면하고 방치해왔다고 하는 게 맞다. 선진국에서는 간호사가 할 일의 많은 부분을 소득 3만달러가 넘는 의료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에서는 국가 면허도 없고 별다른 관리도 하지 않는 인력에게 맡겨두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다. 하지만 정책 추진이 늦고 보건당국과 건강보험의 확고한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기본은 확실하다. 방역과 보건 관리를 위해서라도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병원 소속으로 일정한 자격과 교육을 받은 인력이 간호하고 돌봐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적인 의료기관 종사자 분류에 존재하지 않는 간병인은 병원이 아니라 재가 환자를 위한 역할로 전환하는 방식 등으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요양보호사 제도와 지역사회 돌봄 정책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어떻게든 ‘다시 소 잃지 않게 외양간 고치는’ 심정으로 병원 입원환자 돌봄과 면회 문화를 개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