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19' 중국의 아시아 패권 구도 바뀐다

입력 2020-02-17 17:58   수정 2020-02-18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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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파장이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의 경제 충격이 이미 2003년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때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은 2019년 국내총생산(GDP)이 15조5000억달러로 세계 전체 GDP의 16.5%를 차지했다. 각각 21조4000억달러, 21.7%를 기록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다. 주로 외국인 투자 제조업 중심이어서 흔히 ‘세계의 공장’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 주요 제조기업들이 중국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조립해 중국 내수시장에 공급하거나 수출하고 있다. 또 중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자국으로 수입해 조립하는 공급망도 형성돼 있다. 그 결과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내 공장이 멈춰서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에선 현대·기아차,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SK 등 주요 기업을 포함해 2019년 말 기준 2만7681개 기업이 진출해 있어 중국 내 공장 조업 중단이 미치는 파장이 큰 편이다.

중국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 1994년에 1만달러에 올라섰다. 한국의 경험을 보면 이 정도 국민소득이면 임금도 상당히 올라서 제조업 생산기지로서의 국제경쟁력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이 무렵 한국에서도 기업들의 해외탈출이 러시를 이뤘다. 중국도 과거 11% 수준의 고성장기를 지나 2012년부터는 7% 수준의 중성장기에 진입했고 2016년부터는 6%대로 주저앉았다. 중국에 진출한 많은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탈(脫)중국 대열을 이루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신규 외국인 투자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2006년에 정점을 이룬 뒤 200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의 미국 등 주요 대상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면서 2019년에는 제조업 투자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은 성장률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상수지는 2019년부터는 균형 수준으로 축소되고 있으며 외환보유액도 줄고 있다.

이처럼 중국 경제가 구조 전환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 세계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일과성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더 크다. 사스, 조류독감, 코로나19 등 최근 발생한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모두 중국에서 시작됐다. 아직도 비위생적인 환경과 기이한 식도락 문화, 공산주의 정부의 정보 불투명성, 낙후된 의료환경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 중국에 세계 각국 기업이 진출해 있고, 중국인들의 해외여행도 사스가 발생한 2002~2003년 연간 2000만 명에서 지난해 1억6800만 명으로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중국에서 발생한 전염병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30여 년간의 고도성장을 마감하고 중성장기에 접어들면서 들어오기만 했던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탈중국 러시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막강한 경제력을 배경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몽(中國夢) 같은 동아시아 패권 전략을 펼치던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지정학적 질서에 큰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마침 미국은 지난해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발표하고 기존 일본, 한국에 더해 인도, 싱가포르, 대만, 몽골을 잇는 ‘중국 포위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동맹국인 미국·일본과 중국·북한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한국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동맹이란 기본적으로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추락하는 배에 올라탔다가 식민지로 전락한 구한말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고, 국가 생존을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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