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이쾌대 '군상 Ⅲ'

입력 2020-02-17 17:20   수정 2020-02-18 00:40

한민족의 격동적인 역사와 지난한 현실을 가늠해보고자 할 때 적어도 근·현대 미술사에선 이쾌대(1913~1965)만큼 적합한 인물이 없다. 경북 칠곡에서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이쾌대는 서울 휘문고보를 졸업하고 일본 제국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귀국하고 나선 이중섭과 최재덕 등 일본 유학파 화가들과 신미술가협회를 결성했다. 해방의 감격과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수십 명이 한데 엉켜 있는 ‘군상’ 연작을 그려 화단에 충격을 줬다.

1948년 완성한 ‘군상Ⅲ’는 가로 151㎝, 세로 128㎝의 캔버스에 광복을 맞은 사람들의 환희, 감격, 공포, 걱정 등의 감정을 펼친 대표작이다. 동양화적 필선, 안료를 얇게 사용한 기법으로 십수 명의 인물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역동적인 인물의 포즈와 박진감 넘치는 화면 효과로 인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극심한 좌우 이념 대립의 혼돈이 공존하던 역사적 상황을 찍어내서인지 그림은 결코 밝지 않다. 멀리 산자락을 배경으로 한 무리의 여성과 남성들이 서성인다. 고개를 돌린 채 마차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 마부도 등장한다. 하늘에는 햇빛이 사라지고 구름이 몰려온다. 불안의 씨앗이다. 화면 왼쪽에서 흰 치마저고리를 입고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응시하는 젊은 여성이 앞으로 다가올 전쟁을 예고하는 듯하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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