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편에 선 한진 노조 "조현아 등 3자연합, 자중하라"

입력 2020-02-17 18:53   수정 2020-02-17 18:55


다음달 25일께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그룹 안팎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한진그룹 계열사 대한항공과 한진, 한국공항 등 3곳의 노동조합은 17일 공동입장을 내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탐욕을 버리고 자중하라"며 '3자 연합'을 비난하고 나섰다. 대한항공 노조에 이어 계열사 3곳 노조가 함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조 회장은 이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직원 자녀를 챙기며 '가족친화경영' 행보를 보였다.

반면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는 한진그룹 경영진을 상대로 이달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공세를 펼쳤다.

대한항공과 한진, 한국공항 노조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투기 펀드에 몰려든 돈을 불려 가진 자의 배를 불리고자 혈안이 된 KCGI의 한진그룹 공중 분할 계획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3자 연합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노조는 "조현아 전 왕산레저개발 대표는 한진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복수심과 탐욕을 버리고 자중하라"며 "안하무인의 위세로 노동자를 핍박했고 그 결과 한진그룹이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그룹을 탐내는가"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반도건설에 대해서도 "상도덕을 지키고 본업에 충실하길 바란다"고 일침을 놨다.

노조 측은 "한진그룹 소속 노조는 연대해 소위 '조현아 3자 연합'이 가진 자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벌이는 해괴한 망동이 한진 노동자의 고혈을 빨고 고통을 쥐어짜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3자 연합을 비난하며 사실상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한항공 노조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3자 연합의 주주제안에 대해 "3자 동맹(연합) 낙하산 허수아비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 저지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3자 연합은 지난 13일 한진칼에 주주제안 형태로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4명 등 총 8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사내이사 후보로는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함철호 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 등 4명을 제시했다. 사외이사 후보에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 등 4명을 제안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 후보군 중 김 의장과 배 전 부사장의 경력이 항공업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전문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지난 12일 조 회장 지지 선언을 한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경영 복귀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조 회장에게 간접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폐 질환으로 별세한 고(故) 조양호 회장을 추모하는 사업의 일환인 '이화여대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 후원 협약식'에 직접 참석한 만큼 외부세력의 공세에 맞선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재계에서는 풀이한다.

조 회장은 이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직원 자녀 720명에게 축하카드와 학용품 선물세트를 전달하며 '가족친화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한편, KCGI는 조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사장) 측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KCGI는 "지주사인 한진칼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등급 평가의 지배구조 등급부문에서 5년 연속 C등급에 그치는 등, 낙후된 지배구조로 인해 시장에서 회사의 실제가치에 대한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공개토론이 가능한 일시를 오는 20일까지 답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개토론이 성사된다면 KCGI 측에서는 강성부 대표, 신민석 부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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