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후 항공과 선박을 활용해 중국산 갤럭시 스마트폰 부품을 베트남으로 운송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과 베트남 간 육로 화물운송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삼성전자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베트남 정부가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들어가는 일일 육로 수송량은 제한하고 있다”면서도 “삼성전자는 비행기와 선박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들어가는 부품 공급량을 늘려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연간 3억대 가량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출시한 최신 폴더블(접는)폰인 갤럭시Z플립(사진)을 비롯해 전체 스마트폰의 3분의 2를 베트남 박닌성과 타이응웬성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한다. FT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삼성전자 등 베트남에 거점을 둔 해외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업체가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는 등 중국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직후 한때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들어가는 육로 화물운송을 전면 제한했다. 이달 5일부터 부분적으로 재개됐지만 베트남 정부는 여전히 일일 육로 수송량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중국에서 돌아오는 트럭 운전기사들에 대한 검역도 실시되고 있다. FT는 운전사 일부가 임금 손실을 우려해 중국으로 운전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홍선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많은 한국 제조업체들이 베트남 현장에 불과 2주에서 4주분의 재고품만을 가지고 있다”며 “충분한 분량의 부품이 없으면 최종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원활한 중국산 부품 공급을 위해 육로 대신 항공과 선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FT의 보도다. FT에 따르면 삼성전자 관계자는 “영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스마트폰 생산이 늦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FT는 베트남에서 대부분 중저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LG전자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의 공급 차질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베트남에선 아직까지 재고 문제를 겪지 않고 있다”면서도 “위기가 길어질 때를 대비해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FT측에 밝혔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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