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 IMF 총재…"아르헨티나 채무 탕감 못 해줘"

입력 2020-02-18 15:12   수정 2020-02-19 01:35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아르헨티나 정부 채무를 탕감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 정부는 최대 채권자인 IMF와 채무 재조정 협상을 벌이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에 채무를 일부 탕감해 주는 ‘헤어컷’을 제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 책임이 작은 조직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IMF의 법적 구조로는 (채무 탕감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부채 부담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해당 정부의 책임이지 IMF의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다만 “경제 성장세를 회복하려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노력은 계속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부채 탕감은 해 줄 수 없지만 채무 상환은 연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아르헨티나는 2018년 IMF와 57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에 합의하고 우선 440억달러를 빌렸다.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해 8월 IMF에서 빌린 돈을 포함해 1000억달러에 이르는 채무 상환을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지속된 경기 침체와 치솟는 물가, 페소화 가치 추락 등으로 당장 채무 상환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관련해 IMF 협상단은 지난 12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정부와 채무 재조정 논의를 벌이고 있다. 협상은 19일까지 이어진다. 아르헨티나가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서는 IMF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마르틴 구스만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이달 초 게오르기에바 총재와 만나 채무 조정과 관련한 사전 논의를 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중도좌파 성향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그동안 부채 상환 의지를 내보였지만, 최근에는 IMF와 협상을 앞두고 채무 상환을 미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2007~2015년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지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부통령은 “돈을 갚기 위해서는 먼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상당 수준의 헤어컷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무 재조정을 매듭짓고 경제 성장에 집중하겠다며 자체 협상 시한을 다음달 말로 설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주 아르헨티나 정부가 일부 국채의 상환을 연기한다고 발표하자 아르헨티나 국채값이 급락하기도 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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