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한계 뛰어넘는 연출 정평…"삶에서 소재 가져와 가공했죠"

입력 2020-02-18 18:06   수정 2020-02-19 03:14


연극연출가 신유청 씨(39)는 지난해 ‘녹천에는 똥이 많다’ ‘와이프’ ‘그을린 사랑’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등 화제작을 잇달아 올리며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와 ‘와이프’로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았다. ‘그을린 사랑’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뽑은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들었다.

2008년 데뷔 후 모두 열다섯 편을 연출한 그는 작품에 인간에 대한 연민과 따뜻한 시선을 담아낸다. 자신만의 개성으로 독특한 무대도 선보인다. 지난 17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를 찾은 그는 “무대는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많은 공간”이라며 “그런 무대의 한계를 극복하고 가능성을 넓혀가는 것이 연극 연출의 역할이자 매력”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연기를 공부하다가 연출 전공으로 진로를 바꿨다. “연기보다 연출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내게 특별한 재능이 있긴 한 건지, 어떤 기법을 익혀야 하는 건지 몰라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걸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가 연출하며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은 ‘삶에 대한 공감’이다. “삶에서 소스(source)를 가져와 가공한 것이 공연이죠. 예술적인 것만 추구하기보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뽑아내고 싶어요.”

그의 연출작은 주로 소외된 사람들을 비춘다. ‘그을린 사랑’에선 여성과 난민 문제를 다뤘고, ‘와이프’에선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보통 연출가들은 자신만의 원동력이 되는 생각들을 갖고 있는데 저는 아직 그걸 발견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제 안에 숨은 무언가가 있어서인지 하나의 흐름이 생겼어요. 일상에서 만나지 못했던 사람, 주류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주로 비췄고, 그런 작품들을 하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뛰어난 무대 구성으로 호평받고 있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에선 무대를 수족관 자체로 보이도록 꾸몄다. 양쪽 사이드엔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처럼 ‘소리’라 불리는 배우들을 배치했다. “어떤 극장은 기둥이 있어서 관객의 시야를 가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대 구성으로 한계를 뛰어넘는다면 그 공연만의 독특한 매력이 될 수 있습니다.”

올 상반기엔 ‘언체인’과 ‘궁극의 맛’을 무대에 올린다. 오는 4월 7일~6월 21일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막을 여는 ‘언체인’은 2017년 초연 이후 세 번째 공연이다.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크가 딸 실종에 대해 알고 있는 싱어의 기억을 쫓아가며 조각난 기억을 맞춰가는 내용이다. 이번 공연에선 처음으로 성별을 고려하지 않고 배우를 뽑는 ‘젠더 블라인드’ 캐스팅을 했다.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 두 사람으로 인해 관객이 길을 잃으면서도 길을 찾아가는 작품입니다. 여기에 성별까지 섞으면 더 큰 혼란이 일어나겠죠. 관객은 이 과정에서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는 법을 익히며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오는 5월 12일~6월 6일 공연하는 ‘궁극의 맛’은 교도소 수감자들이 내기를 하며 시작된다. 자신이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설명하며 가장 많은 사람의 군침을 흘리게 해야 한다. 음식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소박하고 평범한 추억을 부각시킨다. “제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가족, 이웃들에게 좀 더 마음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작업들을 통해 저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동하는 느낌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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