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갑(甲)’의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갑질은 여전히 사회현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갑질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 건 2013년부터입니다. 기업의 대표자 혹은 총수 일가가 직원들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일삼는 이른바 '오너형' 갑질로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갑질의 개념이 개인이나 조직의 부당한 행위 전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확대되면서 갑질의 주체와 대상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한국의 갑질 문화로 인한 기업의 위험 요인을 분석해 눈길을 끕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기업이 근로자, 협력사, 소비자, 지역사회 등 여러 집단과 이해관계를 맺고 있어 갑질의 유형도 각기 다르다고 분석합니다. 단순히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갑질 리스크를 예방하기 어렵단 얘기입니다.
갑질 사건은 불매 운동, 경영진 사퇴 요구, 법적 처벌, 기업 평판 악화 등을 불러 일으켜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일단 갑질 사건은 기업의 평판을 갉아먹습니다. 이후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펼친다고 해도 기업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기 어려워집니다. 사회공헌 활동의 의도와 순수성, 진정성이 의심받기 때문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선 근로의욕이 감소하죠. 이렇게 되면 기업 생산성이 하락하는 등 인적자본 관련 문제가 발생합니다. 법규 위반 등으로 인한 벌금, 제재 등 직접적인 비용은 어찌 보면 후순위 문제입니다. 기업 차원에서 예방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갑질은 도대체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개인적 특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습니다. 우월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성취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해석입니다.
또 상대적 박탈감과 우월감, 경쟁 사회에서 생존, 외부인에 대한 불신, 감정노동의 심화와 노동 소외 문제로도 파악했습니다. 계약이나 제도의 구조상 권한과 책임이 불합리하게 분배돼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판단입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그래서 갑질 문화를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 관리로 해결하자고 주장합니다. ESG의 관점에서 비재무적인 요소인 갑질 이슈는 기업의 재무적인 중장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거든요. 기업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S'를 통해 갑질의 예방 체계와 위험을 다룰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결론적으로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ESG 관리를 하면 갑질 문화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발적인 기업 문화 조성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 아예 평가 지표를 만들어서 상시 관리 감독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조언으로 들립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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