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의 지난 1년은 가시밭길이었다. 지난해 2월 택시업계가 타다 서비스 운영사인 VCNC와 VCNC 모회사인 쏘카를 검찰에 고발한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법원에서 ‘합법’ 판정을 받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잃은 뒤다.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 사업 영역 확대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혁신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웅 “혁신은 미래”
박재욱 VCNC 대표는 19일 선고 직후 “우리 사회가 미래로 나아갈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모빌리티(이동수단) 생태계를 더 잘 조성하기 위해 택시업계와 상생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웅 쏘카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타다는 무죄다, 혁신은 미래다”라는 소감을 올렸다. 그는 “새로운 시간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타다는 새로운 도전자의 의무와 위치를 각인하고 새로운 경제, 모델, 규칙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다와 비슷한 렌터카 기반 승합차 호출 서비스 업체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최근 인도와 일본 진출을 선언한 파파의 김보섭 대표는 “국내 서비스 확장은 규제혁신 플랫폼택시가 제도화될 때까지 기다릴 계획”이라며 “택시업계와의 갈등을 막으려면 조속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타다와 비슷한 렌터카 기반 승합차 호출 서비스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이 택시업계의 손을 잡기보다는 자체적으로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를 내놓는 게 쉽기 때문이다.
택시 눈치 보는 정부
이날 박 대표는 증차와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4월 총선을 코앞에 두고 택시업계의 눈치를 보느라 ‘타다 불법’을 외치는 국회와 정부를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엄격하게 법리를 적용하는 형사법의 특성상 무죄를 예상했다”면서도 “택시업계와의 갈등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보니 ‘정무적 판단’이 끼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엔 타다의 영업을 막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기사와 렌터카를 실시간으로 호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이 법안의 핵심이다. 검찰이 항소할 수도 있다. 검찰은 1심 재판에서 타다를 ‘다인승 콜택시’로 분류했고 이 대표와 박 대표에게 각각 징역 1년, 쏘카와 VCNC에 각각 벌금 2000만원을 구형했다.
택시업계가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들은 무죄가 선고되자 고성을 지르는 등 판결에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재판부의 판단은 수십 년간 유지된 여객운송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스타트업의 혼란을 키웠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모빌리티는 법을 지키면서 내놓을 수 있는 혁신이 매우 제한적인 분야”라며 “정부가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를 강조한 재판부의 판결 속에 답이 있다는 전문가도 많았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신산업이 발전하려면 법원까지 가지 않고도 이해충돌 갈등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전문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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