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적외선 카메라로 본 세상

입력 2020-02-19 17:41   수정 2020-02-20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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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가 무성한 시골 마을, 하얀 잎의 나무들이 낡은 가옥을 에워쌌고, 유난히 짙은 하늘엔 선명한 흰 구름이 떠 있다. 평온과 적막, 현실과 초현실이 교차하고 있는 꿈결 속 한 장면 같다. 이 사진은 사진가 노호봉이 한국의 농촌 풍경을 적외선 카메라로 담은 ‘목가적 은유’ 연작의 하나다.

사람은 가시광선만 볼 수 있다. 그런데 빛에는 적외선, 자외선 등 다양한 영역이 있다. 적외선은 가시광선에 비해 파장이 길다. 그래서 적외선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평소에 우리가 볼 수 없는 세계가 드러난다. 식물의 잎은 적외선을 반사해서 하얗게 보이고, 하늘은 적외선을 흡수해서 더욱 짙게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은 보이는 현실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인식의 범위를 넘어선 세상이 드넓게 존재한다. 작가는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풍경을 통해, 분명히 현실인데 비현실과 공존하는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사물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새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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