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지역 경제개발을 위한 국제 금융기구인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이 아리랑본드를 발행한다. 국제기구가 아리랑본드를 발행하는 것은 1995년 아시아개발은행 이후 25년 만이다. 아리랑본드는 외국 기관이나 기업이 한국에서 발행하는 원화채권이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은 최근 아리랑본드 발행을 위해 스탠다드차타드(SC)증권과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조만간 조달금액과 발행시기 등 구체적인 조건을 정하고 본격적인 발행 준비를 시작할 계획이다. 국제기구임을 고려하면 적어도 1000억원 이상은 조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CABEI는 채권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을 중미 경제 발전을 위한 한국과의 교류 확대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들의 중미 진출 지원 등에 투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ABEI는 1960년 니카라과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등 중미 5개국이 지역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세운 다자 개발은행이다. 주로 인프라와 에너지 분야 투자와 관련한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창설 국가 외에 벨리즈,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을 역내 회원국으로 두고 있다. 역외 회원국은 한국을 비롯해 대만, 멕시코, 스페인 등 7곳이다. 한국이 가장 최근인 지난해 말 15번째로 CABEI에 합류했다.
국제기구의 아리랑본드 발행은 25년 만이다. 아리랑본드는 한국 채권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해 1995년 도입됐지만 그 해 아시아개발은행이 800억원어치를 발행한 이후로는 국제기구의 발행은 종적을 감췄다. 발행에 나선 기업도 손에 꼽는다. 지금까지 두 차례 이상 아리랑본드를 발행한 곳은 중국 국적항공사인 동방항공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노무라금융그룹, BoA메릴린치 뿐이다. 현재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발행한 채권은 공모가 아니면 모두 회계상 기업대출로 반영되다보니 선뜻 투자에 뛰어들 기관투자가가 많지 않아서다. 매입한 채권이 대출로 잡히면 일정 수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해 자산건정성이 악화될 수 있다.
국제기구가 오랜만에 아리랑본드 발행시장에 등장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외국 기관?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차츰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2017년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발행한 채권 규모는 2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5140억원)과 지난해(5070억원) 5000억원대로 증가했다.
채권시장에선 자금 조달비용 절감을 위한 일회성이 아니라 한국에서 영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꾸준히 조달하려는 외국 기업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7년 200억원어치를 발행한 이후 네 차례 더 아리랑본드를 찍어 총 1566억원을 조달했다. 그 뒤를 이어 BoA메릴린치도 지난해 말 200억원어치를 발행해 아리랑본드 시장에 데뷔했다. BoA메릴린치는 지난 6일 두 번째 아리랑본드(300억원)를 발행하며 한국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동방항공의 경우 지난해 말 사상 최대 아리랑본드(3000억원)를 찍으며 한국에서 대규모 영업자금을 정기적으로 조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IB업계 관계자는 “여러 외국 기업이 오래 전부터 기관들의 풍부한 유동성을 눈여겨보고 한국을 역외 자금조달처로 검토하고 있다”며 “규제만 완화된다면 한국 자본시장을 찾는 외국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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