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달 임시국회 내 처리” 한국당 “물리적 칸막이는 시대에 뒤떨어져”
미국·영국도 사전 규제 없애고 법 어기면 더 큰 책임
여야가 증권사의 이해상충 문제를 막기위해 도입된 부서 간 칸막이인 ‘차이니스월’(정보교류 차단) 규제 완화에 사실상 합의했다. 해당 법안은 이르면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할 전망이다. 증권 업계에선 차이니스월이 미공개 정보 교류 차단 등 본래 목적보단 인건비 상승과 업무 효율성 저하로 이어진다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여야 법안통과 공감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혁신금융 활성화 차원에서 차이니스월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에 야당과 합의했다”며 “이르면 이달 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미래통합당 간사 김종석 의원도 “사무실 분리와 임원 겸직 금지 등의 물리적 칸막이는 4차산업 혁명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규제”라며 규제 완화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최 의원은 올 들어 수차례 김 의원을 찾아 차이니스월 규제 완화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21일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해당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금융투자회사는 차이니스월 규제에 따라 고유자산운용 부서와 투자은행(IB), 리서치, 채권 발행 부서 등의 정보 교류를 일체 금지하고 있다. 사무 공간뿐 아니라 임직원의 겸직도 제한한다. 2009년 본격적으로 시행된 뒤 10여차례 개정됐지만 큰 틀에서 규제 완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각 증권사는 자율적으로 미공개 정보에 관한 자율 지침을 만들도록했다. 사전 규제는 풀어주는 대신 불법을 저지를 경우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내부 통제 기준을 위반해 증권사가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피했을 경우 이익금의 최대 1.5배를 과징금으로 내도록 했다.
내부 지침을 만들 때에도 차이니스월은 기존 ‘업무 단위’에서 ‘정보 단위’로 구분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미공개 중요정보’의 교류는 여전히 막지만 고객에 도움이 될 경우 정보의 교류를 일정 부분 허용해줄 방침이다. 각 부서의 정보 교류 자체를 막을 필요가 없게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증권사가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자문할 때 부서 간 칸막이로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 거래 등을 ‘원스톱’으로 서비스하기 힘들었다”며 “앞으론 한 증권사에서 종합적인 자문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증권사도 규제 완화 건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력 규모가 작은 외국계 증권사도 혜택을 볼 전망이다. 10~30명 규모 소규모 지사를 둔 외국계 증권사는 심하면 임원 비중이 30%를 넘는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의 부서마다 임원을 따로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임원은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해놓은 차이니스월 규제가 외국계 회사의 경영 여건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어 “홍콩 등에서 일반적인 은행·증권 간 지역 대표제도는커녕 증권사 내에서도 투자은행(IB)와 리서치 부문 등 각 부서에 임원을 둬야한다”며 “비용이 지나치게 늘다보니 한국 시장을 철수하는 회사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작년 8월 도이치증권 한국법인이주식 영업·매매, 장내파생상품 매매, 리서치 부문 폐지를 결정하는 등 국내 주식시장을 떠난 게 대표적이다. 지난 10일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사와 금융위원회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차이니스월 규제 완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요청한 바 있다.
미국과 영국도 사전 규제 대신 자율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최소한의 필수 원칙을 자율규제에 넣고, 자율규제를 잘 만들었는지, 이를 잘 지키고 있는지 철저히 심사한다.
주무부처인 금융위도 차이니스월 규제 완화에 긍정적이다. 금융위는 작년 5월 차이니스월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은 “회사 규모와 업무 성격 등을 고려하지 않고 법령에서 직접 규제 대상과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날 “라임 사태 등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긴 하지만 차이니스월과는 큰 관련이 없다”며 “국회 법안 통과를 최대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용어설명:차이니스월(chinese wall)
금융회사 내 물리적 정보교류 차단 장치를 말한다. 일률적으로 증권사의 특정 부서 간 정보 교류와 임·직원의 겸직을 원천 금지한다. 중국 만리장성과 같이 철저히 구획을 가르는 견고한 벽이라는 뜻에서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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