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출퇴근하는 직원만 5만명인데…기업 2600개 몰린 구미産團 '초긴장'

입력 2020-02-20 17:47   수정 2020-02-21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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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한국 전자산업의 메카’인 구미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에 초비상이 걸렸다. 공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소독과 역학 조사 등으로 장기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구미산단엔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기·전자와 효성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섬유, 화학기업을 합쳐 2600여 곳이 몰려 있다. 구미산단의 지난해 수출은 232억6000만달러로, 한국 전체 수출의 4.3%를 차지했다. 2000년대 들어 입주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수출 비중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SK실트론(반도체 웨이퍼), LG디스플레이(모바일·차량용 중소형 패널) 등 국내 대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공장을 가동 중이다.

구미산단 기업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에서 들여오던 원자재와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생산 차질까지 ‘이중고’를 겪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구미산단에서 30㎞가량 떨어진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인원은 5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구미산단 근로자(9만 명)의 절반을 웃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생산마저 중단되면 중견기업의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구미산단에서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견기업 대표는 “부품을 조달하던 중국 공장이 폐쇄돼 남은 재고로 간신히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며 “생산마저 끊기면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공장이 모인 경북 지역 부품회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가까운 경북 경산(에스엘·아진산업)과 영천(화신), 경주(일진)엔 현대차 1차 협력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경북 지역 부품사들은 이미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에서 조달해온 부품 재고가 고갈돼 현대차 울산공장이 이달 초부터 공장 가동을 멈추자 동반 가동 중단에 들어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 규모가 작은 2~3차 협력사는 임원 임금 반납, 무급휴직 등 비상경영에 들어간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신입사원이 대구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회사 경기 이천캠퍼스 내 자가격리 대상이 800여 명으로 확대됐다. 이 신입사원은 20일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다음달 1일까지는 격리 조치될 예정이다. 공장 가동에는 차질이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차는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 폐쇄된 병원에 최근 방문한 적이 있는 직원은 14일간 자가격리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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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형/도병욱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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