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대구교회 신자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신천지를 박멸하자"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유튜브 등을 포함한 각종 SNS에는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이라는 이름의 이 종교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게시물들이 올라와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이 종교로부터 고통받는 가족들의 사연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스무 살 대학생인 A 씨는 "엄마가 신천지"라며 불안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저녁마다 엄마가 '수업을 하러 간다'고 하고 나가셨다. 성경 공부를 한다고 해서 그냥 그런 줄 알고 있었다. 예전에 성당도 다녔기 때문에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친구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친구가 전화를 해서는 '너희 엄마가 oo 사거리에서 사람들을 붙잡고 말을 걸고 있다'면서 '대화 내용이 좀 이상하다'라고 하더라. 그때 처음 수상함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수상한 행동이 잦아지자 A 씨는 집 근처에 사는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A 씨가 "이모, 요즘 엄마한테 무슨 일 있어?"라고 물었더니 이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너희 엄마 신천지에 빠졌다. 어떡하면 좋니"라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신천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A 씨는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다고.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의 특징은, A 씨 어머니의 수상한 행동들과 일치했다.
A 씨는 "엄마는 예배를 드리러 간다면서 항상 상의는 흰색, 하의는 검은색을 입었다. 다른 옷 없냐고 물어도 꼭 그 옷만 고집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도하겠다고 나선 적도 있다"고 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고 생각한 A 씨는 집에 온 어머니에게 "엄마 신천지야? 왜 그런데 다니냐"며 "그런 이단엔 가지 말라"고 했다.
A 씨 어머니 B 씨는 "나 그런데 안가. 그냥 성당 모임 다녀온 것"이라고 당황해하며 해명했다.
그러다가 '이단'이란 단어에 눈빛이 변하고 감정이 격해졌다. 어머니는 "우리 가족 잘되라고, 너희 천국 보내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이단 아니다"라고 소리쳤다.
A씨는 "엄마 거기 계속 가면 나 엄마 딸 아냐", "나가서 죽을 거야"라고 말해봤지만 B씨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엄마가 무섭다고 느낀 건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너무 무서워서 울면서 이모 집으로 갔다. 새벽 내내 엄마에게 문자를 했는데, 엄마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신천지만을 고집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엄마에게 '우리가 제일 중요하다면서 왜 계속 신천지에 가려고 하냐'고 물었더니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한 그곳에 가지 않는 것은 힘들다'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폭풍 같은 하루가 지난 후 다음 날 집에 돌아오니 A 씨 어머니는 태연히 신천지 모임에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집 밖으로 못 나가게 A 씨가 막아서자 B 씨는 "나 이상한데 다니는 거 아니다. 엄마 좀 믿고 기다려 달라"고 애걸할 뿐이었다.
실랑이를 벌이다 감정이 격해지자 A 씨 어머니는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며 부엌으로 가 흉기를 찾기도 했다.
어머니의 변화를 목격한 A씨는 이후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어머니 가 걱정됐다. A 씨는 어머니에게 "정말 창피해 죽겠다", "예배 드리러 가지 마라"라고 하니 B 씨는 "너희에게 폐 끼치는 것 없다"고 해명했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의 욕을 하자 엄마는 발끈하더니 "그분은 하느님의 사자"라며 역정을 냈다.
A 씨는 어머니를 신천지로부터 구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네티즌들은 "직접 이야기하지 말고 이단 상담소에 가보라"고 조언했다.
CBSJOY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한 한 신천지 탈출 경험자 김강림 상담사는 8개월간 신천지에 몸담았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고백했다. 그는 신천지에 빠져나올 수 있었던 과정을 전했다.
그는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고 밝혔다. 이 청년의 경우 8개월간 동아리 모임에 가는 척 가족을 속였다고 털어놨다. 6개월간 가족들을 감쪽같이 속였다고.
이어 "6개월 정도쯤 가족들이 알게 된 뒤 (신천지에서) 저를 꺼낼 준비를 하셨다. 처음엔 못 믿으셨다고 했다. 그렇게 신앙심이 좋았던 아들이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부모님은 처음엔 제게 '신천지 다니냐'고 물어보시려다가 신천지 전문 상담소에 찾아가셨다고 한다. 상담소에서 얘기해 준 내용과 제가 보이는 증상, 밤 마다 나가는 시간 등이 정확히 일치했다. 부모님은 2개월간 제게 알고 있다는 것을 숨겼다. 이 아이를 꺼낼 방법을 상담소에서 배운 뒤 제게 말을 꺼냈다"고 했다.
청년은 신천지를 믿는 가족에게 '신천지냐'라고 묻지 말고 상담소를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보통 가족이 신천지라는 것을 알게 되면 혼을 내 거나 격앙된 감정으로 말을 한다. 하지만 이 신천지 교인들은 '네 저 신천지 맞아요'라고 하지 않는다. 가족에게 걸리는 순간 '잎사귀'라고 불리는 선배 교인에게 보고한다"고 설명했다.
신천지는 정말 교묘하게 자신들을 믿도록 만든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족의 반대에 놓인 것을 보고하면 신천지에서 피드백이 내려온다. 그들은 '너희 가족이 아무리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사단이 들어서서 수족이 될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 가족들이 상담소에 데리고 가서 극독을 먹일 것'이라고 한다. 또 '우리가 보호해줄 테니 집에서 나와 숙소에 오거라'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집에 편지 한 장 써놓고 나간다. 신천지냐?라고 묻는 순간 그 다음 날 아이는 없어진다. 찾기도 힘들고 정말 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신천지 신도들의 코로나19 감염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한민국은 뒤집어졌다. 일각에서는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 발병은 독특한 예배 방식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반 교회에서 긴 의자에 앉아서 예배를 보는 것과 달리 신천지 신도들은 오밀조밀 붙어 앉아 양 무릎을 꿇고 두 손바닥을 바닥에 대고 예배를 한다. 유튜브 등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큰 소리를 내며 박수를 치는 등 신도들 간 신체 접촉이 불가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천지 대구교회 등 문제를 거론하며 "예배 참석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대남병원은 이제까지 총 58명의 확진자가 집중된 핵심 전파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친형 장례식이 대남병원에서 치러져 적지 않은 신천지 신도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코로나19 '슈퍼전파자'로 의심되는 31번 환자 역시 장례식장을 찾았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는 신천지교회 시설에 일시 폐쇄조치를 내렸다. 이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대한 법률 47조의 '출입금지·이동제한'에 근거한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현재 신천지교회에서는 자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방역과 소독을 서울시에서 직접 실시하겠다"며 "추후 안전이 확인되고 나면 정상적으로 예배나 교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니 적극 협조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구 신천지교회를 방문한 신도나 접촉한 분들은 120, 1339에 자진 신고해주기 바란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명단을 파악해 전수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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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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