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운용실적에 연동해 수수료 정할 금융상품, 퇴직연금뿐인가

입력 2020-02-21 18:03   수정 2020-02-22 00:22

수익률이 정기예금만도 못 하면서 수수료는 비싼 퇴직연금에 대해 정부가 수수료 부과기준을 대폭 개선키로 한 것은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새로 도입되는 사전지정운용(디폴트옵션) 및 투자일임 방식 퇴직연금의 경우 수수료를 운용성과와 연동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가입액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고, 금융회사가 수수료 체계를 상세히 공시토록 해 자율 경쟁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아무리 저금리 시대여도 퇴직연금 수익률은 ‘쥐꼬리’나 다름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2018년 기준)이 고작 1.01%로, 그해 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연 1.99%)는 물론, 소비자물가 상승률(1.5%)보다도 낮았다.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수수료로 평균 0.47%를 ‘따박따박’ 떼가, 연간 수수료 총액이 9000억원에 이른다.

장기간 가입해야 하는 퇴직연금의 속성상 해마다 떼는 수수료는 근로자의 퇴직 후 연금 수령액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존 수수료 부과기준이 적립금 규모에 따라 결정돼 금융회사들이 수익률 제고, 서비스 개선 노력보다는 적립금 유치경쟁에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운용실적과 서비스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화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향이며 오히려 만시지탄이다.

‘고객이 봉’이 되는 수수료 문제는 비단 퇴직연금만이 아니다. 펀드 신탁 등 금융투자 상품이 손실을 내도 어김없이 수수료를 떼간다는 불만이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금융회사들이 상품을 팔 때만 신경 쓸 뿐, 팔고 난 뒤에는 나 몰라라 하는 것도 이런 수수료 체계와 무관치 않다. 손실을 본 고객에게는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곳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극소수다. 국내 투자자들이 왜 자꾸 해외 펀드 등에 눈을 돌리는지 정부와 금융계 전체의 숙고와 성찰이 필요하다. 수익률이 형편없고, 수수료는 비싸기만 하면 갈수록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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