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4억 인구 절반 이상 자가격리·도시 봉쇄…'코로나19' 꺾일까

입력 2020-02-21 17:19   수정 2020-05-21 00:02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 폭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물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산둥성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중 207명이 한꺼번에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0~3000명에 이르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우한을 봉쇄하고, 14억 명의 인구 중 7억6000만 명을 사실상 자가격리하는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초강력 조치가 취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국인들 스스로 확산을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홀로 타는 등 확산 주의 노력을 기울인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1일 0시 기준 31개 성(省)·시·자치구에서 7만546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2236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가 889명, 사망자는 118명 늘었다. 신규 확진자는 전날 394명에 이어 이틀 연속 1000명을 밑돌았다.

후베이성의 신규 확진자는 631명 증가했고 이 중 우한에서 319명이 새로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후베이성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신규 확진자는 258명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의 신규 확진자는 지난 4일 890명으로 최대치를 찍은 뒤 20일엔 45명으로 16일 연속 줄었다가 이날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은 코로나19 초기 대응엔 실패했다. 사망한 우한 의사 리원량 등이 지난해 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비슷한 전염병 창궐을 경고했지만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무시했다. 오히려 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등의 잘못된 대응을 하는 바람에 우한을 ‘죽음의 도시’로 몰아넣었다.

사태가 심각해진 뒤 중국 정부는 초강경 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놨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달 20일 “전력을 다해 저지하라”는 지시를 내린 이후부터다. 23일 우한을 전격 봉쇄하고 25일엔 황강 등 우한과 인접한 도시도 사실상 봉쇄했다. 26일엔 베이징과 산시성 시안 등 대도시들이 시외 장거리 버스 운행을 금지했다.

이달 들어선 지난 4일 저장성 웨칭시가 후베이성 이외 도시로는 처음으로 외부와 연결을 끊었다. 6일부터는 저장성 원저우·항저우·닝보, 랴오닝성, 장쑤성 난징·쉬저우, 헤이룽장성 하얼빈, 푸젠성 푸저우, 안후이성 허페이, 장시성 난창, 허베이성 스자좡, 산둥성, 광둥성, 허난성 주마뎬 등 14개 지역이 도시를 봉쇄하거나 봉쇄에 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들 지역에선 식료품 구매를 위해 가구당 2~3일에 한 번, 한 명만 외출이 허가되고 있다.

후베이성은 14일부터 모든 주택단지를 2주간 전면 폐쇄했다. 17일부터는 성 전역을 대상으로 외출금지령을 내렸고 농촌 지역에서도 24시간 봉쇄식 관리에 들어갔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중국 대도시들은 정부가 공식 연장한 춘제(설) 연휴가 끝난 10일부터 도시 내 주거단지를 봉쇄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춘제 연휴 동안 다른 지역에 있다가 돌아온 주민은 2주간 자가 격리하도록 했다. 음식 배달 서비스 기사와 택배기사 등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주민들은 출입 때마다 등록하고 체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상당수 기업은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각급 학교는 3월 중순까지 개학을 연기했다.

이 밖에 대다수 도시가 각종 모임 및 회식과 결혼식, 장례식, 4인 이상 외식 등을 금지했다. 식사할 때 앞자리에 앉지 말 것, 외출 시 2m 이상 떨어져 다닐 것, 반려동물 동반 외출 금지, 식당과 마트 등 출입 시 체온 검사 등의 조치도 시행하고 있다.

중국 내 전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이 중국 정부의 조치를 참고할 만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한국은 자유를 중시하는 국가여서 정부가 전면적이고 강압적인 제한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다. 도시 봉쇄령과 주택단지에 대한 폐쇄식 관리를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가급적 외출과 각종 모임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한편 각급 학교 휴교 확대, 기업들의 재택근무 권장, 주택단지 외부인 출입 금지, 전문병원 지정 및 병상 확대 등 중국이 먼저 해서 효과를 본 조치는 검토해볼 만한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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