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은 23일 브리핑에 앞서 대구의 현 상황을 놓고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불쾌한 심정을 내비쳤다. 일부에서 ‘대구 봉쇄령’을 거론하고, 다른 지역의 감염자에 대해서도 “대구 여행을 갔다가 걸렸다”는 식의 미확인 정보를 흘리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급기야 정부의 보도자료(사진)에 ‘대구코로나’라는 말까지 쓰이자 호소한 것이다. 권 시장은 “그동안 다른 지역이 고통을 겪을 때 대구시민은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했지 결코 비난하지 않았다”며 “대구를 조롱하는 일은 하지 말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중앙정부의 미온적인 지원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정부가 의지는 있지만 의료인력과 장비도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만족스럽게 지원되지 않는 등 실천이 더딘 것 같다”며 “대구를 바라보는 중앙정부와 대구의 시각에는 간극이 있다”고 말했다. 권 시장의 이런 시각은 대구 시민들의 반응에도 나타난다. 직장인 이모씨는 “중국인 입국 금지 등 전문가인 대한의사협회의 요청은 들은 체 만 체하고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가 이 사태의 책임과 화살을 대구로 돌리려는 듯한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나타난다”며 “정치적으로 대구를 활용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에는 제주도가 국토교통부에 대구~제주편 항공기의 운항 중단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구 민심은 또 한번 들끓었다. 결국 원희룡 제주지사가 “대구 시민 여러분의 마음을 다치게 해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며 이를 철회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대구 수성구갑)은 “‘대구폐렴’이라는 말에는 ‘문재인 폐렴’처럼 지역주의 냄새가 묻어 있다”며 “언젠가 코로나는 지나가지만 대구·경북이 받고 있는 마음의 상처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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