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19 대처, 외교 득실만 따져선 안돼

입력 2020-02-23 17:19   수정 2020-02-24 00:12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새 국면에 진입했다. 한 종교집단 구성원 간 접촉이 촉발한 감염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질병 진원지인 중국 당국은 무증상자에 의한 전파와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미립자) 감염 가능성을 시사했다. 투명인간과 싸우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심리적 공포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21일 열린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그동안 국내 유입을 차단하던 데서 지역사회 확산을 방지하는 쪽으로 중점을 두겠다는 방역 대책 전환을 언급했다. 효율적 유입 차단 없이 지역사회 확산 방지에 치중하는 것은 원인을 방치하는 반쪽 정책이다.

코로나19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불투명한 확산 경로는 우리 사회의 일상과 경제활동을 위축시켰다.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설상가상의 충격이다. 금융시장과 환율까지 불안하다. 정부는 기업과 중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지원 및 예산 조기 집행 등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 유동성 공급 확대만으로는 극도의 불안 심리로 위축된 경제 상황을 전환시키기 어렵다. 단기간에 사태를 종식시켜 사회 불안 심리를 해소하고 경제활동을 정상화할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의 국내 유입 차단 정책이 허점투성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의 상황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부정확한 통계 및 정보 통제, 검진과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 봉쇄 이전에 이미 우한 지역을 벗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500만 인구와 춘제(설) 연휴 전후의 노동력 이동으로 중국 전역이 위험 지역이다. 완치 판정자가 다시 ‘양성’ 반응을 보인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 스스로 봉쇄한 후베이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입국 제한은 그 실효성이 낮다. 중국 우한 이외 지역에서 무증상자로 한국에 들어오는 입국자에 의한 질병 전파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요인은 겨울방학을 끝내고 중국에서 입국하는 학생 문제다. 한국에 유학하는 약 7만 명 규모의 중국 학생 중 이미 돌아온 1만~2만 명과 개학에 맞춰 돌아올 학생들은 잠재적 위험군에 속한다. 특히 무증상 전파와 공기 전염이 사실이라면 엄격한 통제가 불가능한 다수의 대학생 귀환은 전국의 대학과 소재지 지역사회를 위협할 수 있다. 대학생은 장기 체류자이고 지역사회와의 개별 접촉이 일상이라는 점에서 일반 관광객보다 훨씬 위험하다. 이들을 간과한 지역사회 확산 방지책은 비효율적이다.

정부의 느슨한 유입 차단 정책은 중국 유학생이나 한국 사회 모두에 불확실성과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 질병 확산의 위험에 노출된 어수선한 대학 환경에서 중국을 다녀온 학생의 강의 참여는 우리 사회의 심리적 불안과 사태의 장기화를 초래한다. 많은 중국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쏠리는 불편한 시선보다 한국 교육부와 학교의 강제 휴학 조치나 한시적 입국 제한 등 단호하고 효율적인 ‘안전장치’를 희망한다. 대학 사회가 노출된 위험에 우유부단하게 대처해서는 사회 불안과 경제 위축의 장기화를 막기 어렵다.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불충분한 입국 관리 정책을 유지하면 코로나19 사태는 장기화할 수 있다. 물론 한·중이 효과적인 질병 관리를 통해 상황 종료를 앞당길 수 있다면 시 주석 방한은 양국에 득이 될 수 있다. 지금 같은 불안한 상황에서는 질병 관리 부실로 인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시 주석 방한이 오히려 우리 국민의 반감을 야기하는 외교적 실책이 될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위험 요인을 해소할 수 있는 우리 정부의 효율적 자국민 보호가 불확실한 외교적 득실 계산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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