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이사장 "'체벌=사랑의 매'로 아는 사회 정서 바꿔야죠"

입력 2020-02-24 17:04   수정 2020-02-25 03:16

“세이브더칠드런의 다음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선 아이들이 인종·국적·성별에 상관없이 모두 인류의 미래라는 가치를 공유해야 합니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65·사진)은 1919년 출범한 세이브더칠드런의 새로운 100년에 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 권리 실현을 위해 세계 약 120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국제 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로 한국에는 1953년에 들어왔다.

2018년 취임한 오 이사장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정책학 석사학위를 받고 1978년 외무부에 들어가 주싱가포르 대사, 주유엔 대사 등을 거치며 38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1월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연맹 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오 이사장과 세이브더칠드런은 다음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연맹이 내세운 구호는 ‘스톱 더 워 온 칠드런(Stop the war on children·아동 전쟁을 멈춰라)’. 올해 목표도 지난해에 이어 ‘아동에 대한 폭력 반대’ 기조의 연장선상에 있다. 굿네이버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아동 인권단체들과 ‘민법 915조’를 삭제하는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그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 이사장은 “‘체벌=사랑의 매’로 인식하는 사회 정서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아동에 대한 모든 종류의 체벌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4월에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인권도 오 이사장의 주요 관심 분야다. 유엔 대사로 일하며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당사국회의 의장직을 맡았던 경험 때문이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 권익 증진에 중심적 역할을 하는 국제 규범이다. 2017년부터 청각장애 전문 복지단체인 사랑의 달팽이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청각장애인에게 인공와우 수술과 언어재활 치료를 지원하는 단체다. 그는 “장애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 이사장은 “아동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의 전반적인 성숙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진행한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에 따르면 한국 초등학생 아동의 행복감은 22개국 중 19위에 그쳤다. 객관적인 지표만 보면 아동 인권이 분명 나아지고 있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삶의 질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뜻이다.

그는 “선진국형 아동 인권 보호 활동은 아이들을 돌보고 구제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과도한 경쟁이나 교육에 대한 부담도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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