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어제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중국과 똑같이 최고 경계인 ‘3단계’로 격상했다. 이스라엘은 자국 전세기를 동원해 1300여 명의 한국인 체류자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대만은 한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14일간 격리를 통한 자가검역 시행에 들어갔다. 이스라엘 홍콩 등 7개국이 ‘한국출발 여행자 입국금지’ 조치 중이고,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심사 강화’를 시작한 나라도 10개국에 이른다.
이런 와중에 중국 웨이하이(威海)시 공항당국이 인천발 제주항공 승객 167명 전원을 14일간 격리조치했다. 부산의 중국 총영사관이 자국 유학생들에게 “한국 오는 것을 연기하길 권고한다”고 하더니, 중국이 한국을 가로막는 어이없는 일이 현실이 됐다. 중국 눈치를 살피느라 당연히 했어야 할 ‘국경 방역 강화’를 안 했다가 우리가 중국에 위험국가 취급을 당하는 상황이 됐다. 의사협회 등 전문가들이 “중국발 입국자부터 막아야 한다”고 했으나 묵살해 온 대가를 단단히 치르게 됐다.
근본 문제는 ‘외교’에 대한 정부 인식이다. 외교는 총체적으로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며, 나라 안전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지금은 외래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게 최대 과제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스라엘이 전세기 제공을 제안하며 한국인을 공항에서 내보낸 것도, 베트남 다낭시가 대구발 입국자 전원을 격리한 것도 다 자국민 보호 조치다.
중국과 맞붙은 몽골에는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도 없는데 반해 한국·이탈리아·이란에서는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외부에서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 퍼질 때는 일단 공항과 항만 문을 닫는 게 상식이다. 그래봤자 1~2개월 정도이며, 그런 과정이 상식선에서 서로 용인될 때 국가 간 관계도 더 성숙해지고 발전할 수 있다. 그런 것에 대한 양해 당부, 사후 조치가 외교일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친정부 매체를 통해 이스라엘의 한국인 입국금지에 대해 “과잉 대응”이라고 비난성 메시지를 던졌지만,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세계적 유행병에는 검역도 방역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해야 하며, 외교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지금 벌어지는 온갖 사태가 ‘중국 눈치보기 외교’의 결과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른바 ‘사드보복 사태’로 친중(親中)외교의 한계는 이미 드러났다. 국민의 안전과 국가 안보만 보면 어려울 일이 없다. 발병지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에는 손도 안 댄 채 대구와 경북 청도에 대해 개념도 불명확한 ‘최대한 봉쇄 정책’을 펴겠다니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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