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번째 내놓은 ‘2·20 부동산 대책’에 대한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의 평가와 전망이다. 이번 대책은 ‘약발’이 채 1주일을 못 가고 있다. 경기 수원 권선·장안·영통구, 안양 만안구, 의왕시 등 다섯 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지만 풍선효과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집값 상승세가 군포 안산 시흥 화성 등 수도권 남부는 물론 인천 부천 등 수도권 서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염병처럼 번지는 '풍선효과'
이런 현상이 발생한 직접적인 계기는 정부가 “역대 최강”이라고 자평했던 지난해 말 ‘12·16 부동산 대책’이다. 초고가 주택(15억원 초과) 은행 대출 금지,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전방위로 규제를 강화하자 주택 수요가 서울 강남권에서 주변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규제가 서울 강남권에 집중되자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으로 집값 급등세가 이동했다. 마용성을 누르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으로, 올 들어서는 ‘수용성(수원·용인·성남)’으로 번졌다.
“수용성을 잡겠다”는 2·20 대책이 이달 중순 예고되자마자 시장에선 비(非)규제지역을 중심으로 풍선효과 후보지들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안시성(안산·시흥·화성)’ ‘김부검(김포·부천·인천 검단)’ ‘남산광(남양주·산본·광명)’ ‘오동평(오산·동탄·평택)’ ‘구광화(구리·광명·화성)’ 등 수도권 지역을 거의 망라한다. 이들 지역 인기단지 아파트 가격(전용 84㎡ 기준)은 2·20 대책을 전후로 최고 5000만~1억원 정도 올랐다.
대출·세제·청약에 불이익을 받는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 규제지역에서는 전셋값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16 대책 이후 이달 중순까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이 0.03% 상승한 데 비해 전셋값은 1.47%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 전용 84㎡ 전셋값은 15억50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억원 정도 뛰었다. 경기도 평균 전셋값도 같은 기간 1.30% 상승했다.
전셋값 불안도 수도권 확산
주거 불안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이다. 이곳저곳 집값이 오른 데다 대출 규제마저 계속 강화돼 ‘내집 마련’ 꿈이 멀어지고 있다. 급등하는 전셋값을 견디기 어려워 수도권 외곽으로 점점 밀려나가고 있다. 정부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서울 강남 등 인기 주거지역 신규 공급 부족 등 복합적인 원인을 외면하고 수요 억제 위주의 규제에 치중한 결과다.
무주택자와 다주택자, 강남 거주자와 비강남 거주자 등 이분법적 편 가르기와 정치적 논리를 벗어나 부동산을 경제 논리로 되돌리는 게 시급하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용적률 상향 등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시장을 역행하는 규제는 일시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는 있지만 종국적으로 풍선효과만 가져올 뿐이라는 것은 너무도 많이 체감한 ‘학습효과’다. 2·20 대책에 이어 20번째, 21번째 대책까지 줄줄이 나온다면 그때는 ‘정부 실패’라고 해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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