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참 IOC위원 "도쿄 올림픽 취소해야"…발칵 뒤집힌 일본

입력 2020-02-26 17:11   수정 2020-02-27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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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된다면 올 7월 말 개막되는 ‘2020 도쿄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내부에서 제기됐다. 연기나 다른 도시 개최는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회가 취소될 경우 올림픽 개최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충격에서 벗어나 ‘부흥’과 ‘재건’의 기치를 세우려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딕 파운드 IOC 위원(78·캐나다)은 26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 개막 두 달 전인 5월 말까진 대회 강행이나 취소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무렵 사람들은 도쿄에 가는 게 (안전하다고) 자신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상황이 통제되고 있는지 묻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역 최장수인 파운드 위원은 1978년 IOC 위원이 된 이래 집행위원, 부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거물급 인사다.

그는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보안과 음식, 선수촌, 호텔 등의 안전 수위를 높여야 하고, 언론인은 취재 준비를 하는 등 많은 일이 일어난다”며 “IOC가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를 수 없다고 결정한다면 아마도 취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운드 위원은 도쿄올림픽이 열릴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위험이 여전할 경우 대회가 연기되기보다는 취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많은 참가국과 TV 중계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올림픽 규모를 감안하면 미루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십억달러를 낸 각국 방송사들의 TV 중계 일정과 광고, 올림픽에 맞춰 조정된 종목별 세계 대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개최 시기를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얘기다.

대회를 내년 여름으로 1년 미루는 것도 어렵다. 경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최를 위해 126억달러를 썼다.

개최지 이전 가능성도 낮다. 파운드 위원은 “짧은 시일 내에 시설 준비를 완비할 도시가 전 세계에 거의 없다”고 했다. 영국 런던 시장 선거에 나선 션 베일리 보수당 후보는 최근 “2012년 런던올림픽 경험을 살려 런던에서 올해 올림픽을 옮겨 치를 수 있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영국올림픽위원회(BOA)는 도쿄 대신 런던에서 올림픽을 열자는 주장은 베일리 후보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대한 신뢰를 밝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지난 25일 보도했다.

파운드 위원은 “도쿄올림픽의 미래는 IOC 권한 밖에 있으며 바이러스 진로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1896년 근대 올림픽이 태동한 이래 하계올림픽이 취소된 해는 전쟁 중이던 1916년, 1940년, 1944년 등 단 세 차례뿐이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예정대로 연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도쿄올림픽 주무 장관인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상은 이날 국회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IOC로부터 (파운드 위원 발언은) IOC의 공식 견해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열기 위한 IOC의 준비 과정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IOC로부터 계획대로 준비하고 있다는 확인을 다시 한번 받았다”고 발표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은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열린다. 패럴림픽은 8월 25일~9월 6일에 치러진다. 올림픽에는 약 1만1000명, 패럴림픽에는 약 4400명의 선수가 각각 참가할 전망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정영효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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