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동성 자산 비중 1% 미만
26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헤지펀드 상위 50개사의 개방형 펀드 규모는 173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모사채 및 주식 관련 사채가 1조5000억원 정도로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코스닥시장 전환사채(CB)나 비상장 사모사채 등 비유동성 자산을 대거 편입했던 라임과 달리 대부분 자산은 언제든 유동화가 가능한 주식이란 얘기다.
라임 사태로 헤지펀드 시장 자체의 신뢰가 무너지자 전문사모운용사 사장단은 자발적으로 이 같은 운용 현황을 분석해 내놨다. 총수익스와프(TRS) 규모도 3.7% 수준인 6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조원이 헤지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 헤지펀드 펀드매니저는 “라임처럼 펀드 자체의 레버리지를 키우기 위해 TRS를 활용하는 곳은 사실상 없다”며 “대부분의 운용사가 주가 하락에 대비한 쇼트(공매도) 포지션을 취할 때나 환헤지 목적으로만 TRS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전문사모운용사 사장단 의장을 맡고 있는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는 “상위 50개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자사 펀드 간 상호 순환투자 거래나 비유동성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TRS 거래는 찾기 어려웠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운용사 대부분이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하고 유동성 관리와 안정적인 운용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치투자 헤지펀드 약진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들은 투자자에게 절대수익을 안겨주는 방법으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변동성이 커진 증시에서 전체 헤지펀드 가운데 67%가 올 들어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 3046개는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평균 0.13%의 수익을 냈다. 이 기간 전체 헤지펀드 가운데 2044개(67.1%)가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공모 주식형 액티브 펀드는 평균 0.68%의 손실을 입었다.
머스트자산운용, VIP자산운용, J&J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등 가치투자 운용사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유경PSG헤리티지밸류’는 올 들어 12.65% 수익을 냈다. 강대권 유경PSG운용 본부장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플랫폼 등 정보기술(IT) 기업에 주로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며 “하락장 초기에 주식 비중을 낮추고 유동성을 늘린 것도 수익률 방어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DS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등은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DS운용은 지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비중을 높인 것이 올해 초 수익률에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타이거운용도 조정 때마다 삼성전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해외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수익률도 좋았다. VIP자산운용이 지난달 말 선보인 ‘VIP 글로벌 수퍼 그로스’의 수익률은 9.79%에 달했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의 ‘마이다스 콜라보’도 6.06% 수익을 거뒀다.
강영연/조진형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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