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밀어낸 광화문광장 불법 시위 천막

입력 2020-02-27 16:32   수정 2020-02-28 03:23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시위대가 사라졌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도심권 내 집회를 금지한 데 이어 시위대들의 천막까지 철거했다.

27일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이날 오전 7시25분께부터 약 2시간20분 동안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와 고(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 등 네 개 단체가 광화문광장 인근에 설치한 천막 7개 동과 집회 물품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벌였다. 코로나19 전파를 우려해 서울시가 지난 26일 집회 금지 구역을 청와대와 광화문광장 등 서울 도심 전반으로 확대한 데 이어 나온 조치다.

서울시는 “시민 안전과 법질서 확립을 위해 단체들의 장기 불법 점거에 대해 불가피하게 행정대집행을 했다”고 설명했다.

구청과 용역 직원들이 천막 철거에 들어가면서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대책위가 연좌 농성을 하며 저항하자 구청 및 용역 직원 300여 명이 이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5명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전날 경찰로부터 집회금지를 통고받은 범투본은 별다른 충돌 없이 철거에 응했다. 그러나 범투본은 다음달 1일 열기로 한 장외집회에 대해선 “집회를 강행하겠다”며 기존 입장과 같은 태도를 보였다. 탈북민 단체와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등이 설치한 천막도 충돌 없이 철거됐다. 이날 행정대집행에는 1350여 명의 인력과 트럭·지게차 등 차량 10여 대가 투입됐다. 서울시는 행정대집행 비용 5000만원을 각 집회 주체에 청구할 방침이다.

그동안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크고 작은 집회 및 시위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개별적인 집회에 금지를 통고한 적은 있지만, 감염병을 이유로 시위대·시민단체를 퇴거시킨 것은 광장 조성 이후 처음이다. 2009년 11월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조정했을 때도 집회 자제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정부 대응이 강화됐다.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서울 도심권 밖은 여전히 대규모 집회 개최가 가능해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자유연대는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입구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전광훈 목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약 300명이 참여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이 확산되는 시점에서는 장외 집회는 물론 사람이 모이는 곳 자체를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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