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별 방역체계가 안보인다...병상없어 집에서 대기하다 사망

입력 2020-02-27 17:59   수정 2020-02-2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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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와 방역당국이 시나리오별 방역체계를 제때 갖추지못해 피해가 커지고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27일 대구에서는 신종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의료진 부족으로 입원을 못한 채 사망했다. 의료진과 의료물품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확진자가 폭증하자 대구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27일 현재 1132명의 확진자중 절반 가량이 입원을 못하고 집에서 자가격리 상태에 있다.

특히 집단감염의 진원지인 신천지 신도들의 검진결과가 나오는 이번 주말까지는 대구의 환자 수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의료대란’ 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확진자 수가 300명에서 700, 1000명 또는 그 이상 발생할 것에 대비해 달라는 시나리오별 방역체계와 의료진 충원 등 현장의 건의를 정부가 제때 반영하지못한채 사태를 뒤쫓아 가다보니 이런 국면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리가 대구에 내려 온 25일 이후 정부의 대응속도가 빨라졌지만 보다 과감한 지원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원 못한 대기환자 사망
대구에서는 이날 422명의 확진환자가 추가됐다. 누적 확진자가 1132명에 달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54분께 영남대병원으로 긴급이송한 74세 남성이 호흡곤란으로 두 시간만에 숨졌다. 국내 13번째 사망자다. 신천지 교인인 이 환자는 지난 24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입원을 못하고 자택에서 자가격리 상태로 있었다. 발열 현상이 있었지만 하루 두 차례 보건소 직원의 전화 체크만 받았을 뿐 치료는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확진자 1132명 가운데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이날 오전 현재 전체의 52%인 597명에 불과하다. 대구시는 이날 국립마산병원에 69명을 입원시키는 등 긴급 병상을 확보해 150여명을 추가 입원시키고 있지만 530여명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대구시는 의료진과 병상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폭증하는 환자 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병원방역, 의료인력 부족 등으로 입원을 시킬 수 있는 환자는 100명밖에 안된다”며 “일주일전부터 대구에 병상확보와 인력지원을 요청했지만 신속히 지원되지않았다”고 말했다.

환자를 치료중인 병원들도 의료물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60여명의 환자가 입원해있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관계자는 “구호복 여유분이 얼마남지않았고 비접촉 체온계 등은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의료인력 역시 태부족이다. 대구에는 정부가 파견한 의사 38명과 간호사 59명 등 의료진 101명과 5개 상급종합병원에서 투입한 의사·간호사 등 120명이 배치됐다. 여기에 전국에서 지원한 공중보건의 등 250여명이 투입됐지만 최소 300여명의 인력이 더 부족하는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 당분간 환자 수 증가세 전망
대구의 확진 환자는 적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대구의 신천지 교인에 대한 검사결과가 곧 반영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매일 확진자 숫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현재 대구 신천지 교인(8269명) 중 유증상자(1299명)에 대한 검체 채취는 끝났고, 오늘·내일이면 유증상자에 대한 검사 결과가 반영될 것”이라며 “양성률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누적 확진자 1017명중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자가 80%에 육박한다. 신천지 교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 한 대구시 직원은 “본인은 괜찮지만 가족이 증상이 있다는 응답도 꽤 많았다”고 말해 무증상자나 가족 가운데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올 가능성도 크다.

대구외 지역에서도 신천지 신도 환자가 다수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16일 신천지 과천본부 예배에 참석한 도 거주민 4890명에 대한 긴급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증상자가 215명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지금까지 과천 예배에 참석한 신천지 신도 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광주에서도 신천지 신도 200여명이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신천지 신도 2만2800여명중 지금까지 70∼80%를 조사했다”며 “이중 200여명이 목이 아프다는 등의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수원=윤상연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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