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스타트업에 글로벌 DNA 심어 '유니콘' 키운다"

입력 2020-02-27 15:07   수정 2020-02-27 15:09


대·중소 수출기업들의 권익과 무역 증진에 주력해온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영주)는 최근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고 무역협회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해외진출 바우처’ 사업이 대표적이다. 협회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예산으로 작년 5월부터 총 260개 스타트업을 자체 선발해 80억원을 지원했다.

이 사업은 혁신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설립 7년 이내 스타트업 중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해외 시장 조사부터 신규 바이어 발굴, 해외 홍보 기회 확대, 진출 국가에 대한 시장 전략 수립 컨설팅, 국내외 투자자 확보 등 분야별로 회사 측이 원하는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성과는 어땠을까. 2017년 창업한 3D프린터용 소재 개발업체인 그래피는 작년 9월부터 바우처 사업 중 ‘해외진출 역량강화’ 서비스를 이용했다. 업계 글로벌 업체들이 대거 참가하는 독일의 전시회(FormNext 2019)에 참가하는 등 노력한 끝에 미국 업체 등으로부터 샘플 요청을 받고 소재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투자업계에서 48억원을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올해 설립 4년차인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리셋컴퍼니도 같은 바우처를 활용한 경우다. 태양광 무인 세척 및 제설 로봇을 개발했는데, 일본의 신재생에너지 전시회에 지속적으로 참가하면서 지난해 일본과 홍콩으로의 수출이 대폭 증가했다.

무역협회는 지난해 신설한 ‘스타트업 해외진출 바우처’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최근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126개 응답업체 중 81%가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스타트업들이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수출 지원 분야는 ‘해외진출 역량 강화’(34.3.%)였다. 그다음으로 ‘B2C온라인 마케팅’(20.4%), ‘해외진출 전략수립 지원’(15.7%) ‘B2B 온·오프라인 마케팅’(15.7%), ‘현지화 지원’(11.1%) 등을 꼽았다.

투자유치 분야 바우처 사용 결과를 보면 ‘오프라인 해외 투자자 매칭’(62.3%) 실적이 가장 많았다. ‘온라인 해외 투자자 매칭’(37.7%)이 뒤를 이었다. 설문에 응답한 126개사 중 제조업체가 48.4%(61개사)로 가장 많았지만 소프트웨어·콘텐츠 등 IT서비스 분야(41개사)와 AI(인공지능)·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 미래 신기술 분야(20개사)도 대거 포함됐다. 전체 응답자의 96.8%는 “바우처 사업에 재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무역협회는 이 사업에 참여한 126개 스타트업이 지난 한 해 총 1600만달러 규모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데도 주목하고 있다. 10만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낸 기업은 20.7%에 그쳤지만 수출실적이 있는 업체가 56.4%로 수출실적이 없는 업체(43.6%)를 웃돌았다. 초기 스타트업의 특성상 아직 수출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응답 업체들은 올해 수출목표액을 작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7520만달러로 제시했다.

지난해 스타트업들의 투자유치 성과도 좋았다. 126개 스타트업이 창업 이후 작년 말까지 유치한 총 투자금액은 1030억원이었는데, 이 중 400억원이 지난해 투자된 것으로 조사됐다. 39개 스타트업이 업체당 평균 10억2400만원을 투자받았다.

이동기 한국무역협회 혁신성장본부장은 “혁신성장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수출 환경 조성과 투자 유치 확대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올해 스타트업 해외진출 바우처 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3월 중 신규 모집할 예정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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