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택 수요 몰리는 곳에 공급 확대"가 왜 그렇게 어려운가

입력 2020-02-28 17:53   수정 2020-02-29 00:03

국토교통부가 그제 발표한 ‘2020년 업무계획’은 “집값 안정에 매진하겠다”는 국토부의 올해 최우선 목표를 실현하기에는 여러모로 미흡해 보인다.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의 공시가격을 집중적으로 높이는 등 정책 실패와 부작용이 드러난 투기·수요 억제 위주 정책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서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수요가 몰리는 곳에 공급을 늘리고, 그 인근 지역의 교육·생활 여건을 개선해 한 곳에 집중되는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집값 상승 진원지인 서울에는 집을 지을 택지가 별로 없다.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고 용적률을 높여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서울 인근에 건설될 3기 신도시에 벤처단지 등 자족시설과 입주자들이 선호하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를 설치하면 이곳으로 이주할 서울 거주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집값 상승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정교한 해법을 내놔야 한다. 서울의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집값 급등의 주원인을 투기 탓으로 몰아가면 그 어떤 부동산 대책을 내놔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자사고·특목고 폐지 등 공급을 위축시키고 수요 분산을 막는 정책을 밀어붙이니 수도권 전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열어야 한다. 열아홉 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도 효과는커녕 집값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서울 강남-비(非)강남 등으로 편가르고 ‘집값 때려잡기’에 집착한다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목표로 삼는 ‘서민 주거안정’은 더욱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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