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코로나 공포'에 역대급 속도로 폭락…사상 최고 기록 6일 만에 조정장 직행

입력 2020-02-28 13:41   수정 2020-02-28 13:51

미국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공포 속에 기록적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지난주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일주일만에 12%나 폭락해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조정 국면으로 직행했다. 코로나 19가 미국에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바닥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다우 지수는 1190.95포인트(4.42%) 하락한 25,766.64로 마감됐다. 포인트 기준으로는 2018년 2월5일(-1,175포인트)을 넘어 역대 최대 낙폭 기록을 갈아치웠다. S&P 500지수는 137.63포인트(4.42%) 내린 2978.76, 나스닥은 414.30포인트(4.61%) 급락한 8566.48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지난주 19일 각각 사상 최고치(3386.52, 9817.18) 기록을 세운 지 6거래일만에 약 12%씩 추락했다. 역대 최단 시간에 고점 대비 하락률이 10%를 넘겨 조정장에 진입했다.

코로나 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강한 가운데 이날 캘리포니아주가 최소 8400명에 대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관찰하고 있다고 발표해 공포가 확산됐다. 바티칸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감기 증상을 이유로 외부 일정을 취소했다는 소식도 우려를 더했다.


애플 6.5%, 마이크로소프트(MS) 7% 등 대형 기술주가 급락했으며, 그동안 급등했던 테슬라 13%, 버진갤럭틱 24% 등은 폭락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기업들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를 제로(0%)로 낮췄다. 중국 경제 냉각과 공급망 혼란, 미 경제 둔화 및 높아진 불확실성 등을 반영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심각한 팬데믹으로 확산되면 EPS는 올해 13%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애플과 MS,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생산 차질과 실적 하락을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은 바이러스가 세계 경제에 입힐 피해에 대해 점점 비관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누스핸더슨의 멀티애셋 총괄인 폴 오코너는 WSJ에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은 당초 코로나 19 소멸 이후 경기가 V자로 복구될 것이란 기대를 소멸시켰다"고 말했다.

11년째 진행중인 사상 최장의 호황이 이번 사태로 꺾어질 것이란 관측도 잇따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전 의장은 전날 한 콘퍼런스에서 "코로나 19이 확산되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이날 올해 상반기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을 당초 20%에서 40%로 높였다.

이런 우려 속에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이날 국채 10년물, 30년물 금리가 또 다시 사상 최저 기록을 바꿨다. 10년물은 1.4bp(1bp=0.01%포인트) 내린 연 1.296%, 30년물은 1.4bp 떨어진 연 1.782%를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투자자들은 Fed가 오는 3월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을 96.3%로 전망했다. 전날 33.2%에서 급등한 것이다.
이와 관련,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은 CNBC 인터뷰에서 "경제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에 대한 의학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Fed는 금리 인하는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제원유 시장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64달러(3.37%) 내린 배럴당 47.09달러, 브렌트유는 1.25달러(2.34%) 내린 52.18달러에 마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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