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국민에겐 어려울수록 똘똘 뭉치는 ‘위기 극복 유전자’가 있다는 점이다. 1998년 외환위기를 자발적인 금 모으기로 극복했듯, 이번에도 한마음으로 뭉쳐 난국을 헤쳐 나아가려는 국민 저력이 어김없이 발현되고 있다. 의료인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경북에 기꺼이 달려가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지난달 25일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대구시의사회 회장 호소에 이날 하루에만 250여 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동참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지원을 신청한 의료 인력은 1000여 명에 이른다.
온정의 손길도 전국 각지에서 밀려들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많은 국민이 성금과 물품을 기부하고 있고, 연예인 스포츠 스타도 지원 대열에 가세했다. 기업도 발 벗고 나섰다. 삼성그룹은 성금 250억원과 50억원어치의 의료용품 및 생활용품을 내놨다. 현대자동차·SK·LG·포스코그룹은 각각 50억원 안팎의 현금이나 물품을 기탁했다. 롯데·GS·CJ·두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하나금융·대구은행 등 많은 그룹과 기업이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이렇게 모여진 국민 성금이 최근 한 달 새 530억원(행정안전부 집계)을 넘어섰다. 마스크, 손세정제, 생활용품 등 기부 물품도 45만여 점에 달했다.
자발적 임대료 인하 등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를 함께 짊어지려는 ‘훈훈한 상생’도 줄을 잇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 대구 서문시장 등 전국 각지에서 점포주들이 어려움에 처한 세입자들의 임대료를 낮춰주고 있다. 서울시, 코레일, 편의점업계 등이 여기에 동참하는 등 자발적 임대료 인하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각계각층의 지원과 배려는 ‘희망과 긍정의 바이러스’가 돼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고, 코로나 쇼크 조기 극복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정부는 국민적 역량을 한데 모으고 비상시국에 걸맞게 코로나19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입국 제한 대상을 중국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으로 확대해 코로나19 외부 유입 요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방역 장기전에 대비해 민간 의료체계 간,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 체계를 서둘러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마스크 등 각종 방역 물품의 수급 상황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확진자가 폭증하는 대구의 상황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추가 의료 인력과 병상 확보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
국민도 스스로 방역과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수시로 손을 씻고, 재채기는 손수건이나 옷소매로 막는 위생 예절을 지켜야 한다. 감염 의심자와 자택 격리자는 가족과 직장 동료 등 가까운 사람이 가장 먼저 위험에 처한다는 것을 인식해 철저히 격리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방역당국, 의료진, 국민 모두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힘을 모아 이번 고비를 잘 넘긴다면 머지않아 코로나 쇼크 극복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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