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20일(10:5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지난 해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안건이 약 다섯 건 중 한 건 수준으로 나타났다. 불과 3년만에 두 배 가까이 반대 비율이 높아졌다. 이사 및 감사 선임과 임원 보수한도에 관한 건이 전체 반대 의결권 행사의 약 80%에 달했다.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지난해의 행보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지난 19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2019년 11월말 국민연금 기금운용 현황’(이하 보고서)을 보고했다. 위 보고서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현황 및 수탁자책임 활동 내역이 담겼다. 12월 말 주주총회(주총)을 여는 기업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난해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활동 전반의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총 750회의 주총에 참석해 3252건의 상정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찬성표를 던진 비율은 2625건으로 80.7%, 반대는 622건으로 19.1%를 차지했다. 중립 혹은 기권을 택한 경우는 5건으로 0.2%에 그쳤다. 반대 비율은 2016년까지 10% 수준을 유지하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2018년 이후 급격히 늘어 지난 해 두 배까지 늘었다.
반대표를 던진 이유로는 이사 및 감사 선임 관련이 248건으로 전체 반대 안건의 39.9%에 달했다. 임원의 보수한도 승인 건이 242건(38.9%), 정관 변경 건이 95건(15.3%)으로 뒤를 이었다. 세 가지 사유는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기준인 중점관리사안에 해당하는 내용들이다.
국민연금은 이사 및 감사의 선임 반대 사유로 △장기 연임 △당해회사·계열회사·중요한 지분, 거래,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의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 △이사회 참석률 저조 △과도한 겸임 △감시의무소홀 등을 들었다. 기타 사유로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이력이 있는 경우 및 자문계약 등 이해관계로 인해 독립성이 취약한 경우를 들었다.
주목할 부분은 기업가치 훼손 등을 자체적으로 평가해 이뤄진 기타 사유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 점이다. 국민연금이 회사 측의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에 반대한 사유 가운데 기타의 비중은 2015년 전체 12.4%에서 지난해 30.6%로 2배 넘게 늘었다. 건수로는 76건에 달했다. 국민연금 측은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이력 여부에 대해 “법원의 판결 등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실제 부결로 이어진 건은 21건에 불과했다. 전체 반대 의결권 행사 가운데 3%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안건 및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판단이 전체 주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국민연금은 2월 중으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를 구성해 3월 주총 대비에 나설 계획이다. 수탁위는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논의하는 산하 기구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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