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SK그룹도 전사적인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계열사별로 직원들의 안전을 챙기면서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 계열사들은 백신 개발에 힘쓰고 쇼핑 계열사는 마스크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출근 시간 늦추고 공유좌석제도 제한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둔 SK실트론은 지역사회와 임직원의 안전·보건을 위해 심각단계에 준하는 비상대응계획을 마련했다. SK실트론은 반도체의 핵심 기초소재인 실리콘 웨이퍼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회사다. 현지 근로자 수는 3200여 명이다.
이 회사는 회사 출입 시 열화상카메카를 동원하고 출입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 매일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무상으로 마스크를 나눠준다. 출장과 업무상 회의도 금지하거나 제한했다. 동시에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서별로 비상경영대응계획을 수립했다. 핵심시설에 대한 운영방안과 더불어 대규모 결근에 대비한 비상계획도 마련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지난달 24일부터 건물에 출입하는 사람들의 체온을 개별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직원들의 외부인 접촉을 줄이기 위해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 이후로 조정했다.
SK홀딩스 등 서울 서린빌딩에 입주한 계열사들은 직원들의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유좌석제를 일부 변경했다. 같은 층에 사흘 이상 예약할 수 없도록 한 설정을 해제해 가급적 같은 층에 앉도록 권고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8일 직원 2명이 확진자 접촉자로 분류되거나 의심증상을 보여 경기 이천 교육장(SK하이닉스 유니버시티·SKHU)을 폐쇄하고 방역 조치했다. 이 직원들과 동선이 겹치는 직원 800여 명을 선제적으로 자가격리 조치했다. 두 직원 모두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한 SK하이닉스의 선제적 대응은 주목을 받았다.
○마스크 50만 장 긴급 보급
SK그룹의 전자상거래 계열사인 11번가는 품귀 현상을 빚는 보건용 마스크 50만 장을 긴급 직매입해 판매했다. 위기 상황 극복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다.
지난달 4일 KF94 마스크 20만 장을 온라인몰 최저가 수준으로 팔았다. 50장 세트 한 박스 가격이 3만4900원이었다. 당시 많은 소비자가 살 수 있도록 계정당 두 박스(100장)씩으로 구매를 제한했다. 빨리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주문 당일 출고했다.
최근 감염 예방에 필요한 마스크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까지 급등한 점을 고려해 11번가는 마스크 추가 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마스크를 적정 가격에 판매하고 원활하게 유통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현 사태를 악용하는 판매자라고 판단되면 내부 정책에 따라 벌점을 부과하거나 상품 노출을 제한하고 있다.
앞서 11번가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 판매자를 대상으로 가격 인상을 지양하고 상품재고와 배송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도록 권고했다. 담당 직원들은 배송 지연, 품절처리 상품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제조 전념
2018년 SK케미칼에서 분사해 설립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신종 감염병 대유행 시 빠르게 적용이 가능한 백신 제조 기술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2017년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메르스) S 단백질 면역원 조성물 및 이의 제작 방법’에 대한 특허도 출원했다.
이번 플랫폼 기술의 핵심은 기존에 없던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더라도 동일한 과정을 통해 빠르게 백신 개발에 성공할 수 있는 범용성과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고려한 높은 안전성을 갖추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공장인 ‘안동 L하우스’를 통해 신규 백신 개발이 완료되는 즉시 대량생산이 가능한 체제도 구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추진 중인 코로나19 국책 과제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면역항원 제작 및 평가기술 개발’ 지원 절차를 마쳤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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