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와중에 트위터 공격한 헤지펀드 엘리엇

입력 2020-03-02 12:00   수정 2020-04-01 00:32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을 공격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다음 타깃으로 소셜미디어 기업 트위터를 골랐다. 엘리엇은 트위터의 지분을 다량 사들인 뒤 경영에 간섭하며 잭 도시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혼란한 틈을 타 트위터의 기업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놓겠다는 공산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엘리엇이 트위터의 도시 CEO를 퇴진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엘리엇은 최근 트위터 이사회를 상대로 자신들이 고른 인물 4명을 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트위터는 올해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사 3명을 새로 선임할 계획인데 이 자리를 모두 엘리엇이 선임한 사람들로 채우려 하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엘리엇의 요구에 트위터 이사회와 경영진은 급히 논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엘리엇은 도시 CEO의 교체를 포함한 포괄적인 경영 변화 요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트위터는 언젠가 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라고 분석했다. 트위터는 다른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들과 달리 창업자 등에게 유리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페이스북은 일반주보다 의결권이 10배인 '클래스B' 주식을 두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이 주식의 81%를 보유한 덕분에 전체 지분 보유율이 13%뿐인 상황에서도 일반주 53%를 보유한 것과 같은 기업 지배력을 갖는다.

블룸버그통신은 엘리엇이 사들인 트위터 지분의 정확한 액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가량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 트위터 시가 총액인 260억달러의 4% 가량이다. 도시 CEO의 2%보다 많다.

외신들은 엘리엇이 도시 CEO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트위터는 안팎으로 도시 CEO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2006년 트위터를 창업한 도시는 2008년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2015년 7월 CEO로 다시 복귀했다. 이후 트위터는 다른 SNS 기업들이 승승장구하는 상황에서 거의 유일하게 실적이 저조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되는 트위터 주가는 지난 5년 동안 약 6.2% 빠졌다. 같은 기간 나스닥에서 페이스북 주가가 120% 넘게 뛴 것과 대조를 이뤘다.

상황이 이런 데도 도시는 트위터 경영과는 상관없는 다른 일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트위터와 더불어 비트코인 등 전자화폐를 통한 결제기술 업체인 스퀘어를 2009년 창업해 동시에 경영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는 다른 대기업 CEO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경우"라고 전했다. 도시 CEO는 지난해 11월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아프리카에 비트코인의 미래가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 매년 반 년 가량을 아프리카에서 머물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트위터 주주 중 하나인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트위터 이사회 의장인 오미드 코데스타니에게 편지를 보내 "주주 입장에서 회사 경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사안은 도시 CEO의 교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주주들과 합심해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이사들을 전면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라고 경고했다.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엘리엇은 글로벌 대기업들의 지분을 한꺼번에 사들인 뒤 경영에 간섭하는 행태로 유명하다. 2015년 6일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으며, 2018년 4월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각각 매입한 뒤 두 회사의 합병과 고배당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에도 미국의 AT&T와 이베이를 공격했으며, 최근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를 타깃으로 삼아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을 요구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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