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재난·재해나 긴급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에서 관련 조직을 늘리고 위상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어김없이 쏟아져 정부는 계속 비대해지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사태가 터지면 정부는 또다시 우왕좌왕하며 국민을 실망시키기 일쑤다. 조직을 늘리고 위상을 높이는 게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감염병 대응도 마찬가지다. 2003년 사스를 계기로 국립보건원이 질병관리본부로 확대됐고,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뒤에는 질병관리본부장이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이 보여주듯이 정부의 사전 대응조치와 위기관리 능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된다고 전문성과 독립성이 생겨나는 게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 내에서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을 얼마나 존중할지에 있다. 6개 권역에 지역본부를 설치한다고 지금도 따로 노는 지방자치단체들의 협력체계가 구축된다는 보장은 없다.
조직 운영과 협력의 문제는 제쳐두고 2차관만 신설하면 보건정책 총괄과 위기 집중 대응이 될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복지부를 혁신하겠다면 앞으로 비슷한 감염병이 발발한다고 가정할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지 총체적인 진단과 대안 분석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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