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본격적인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경영권 분쟁 등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1일 기업 소유 구조에 따른 국내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현황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내역이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금융사 제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기업지배구조원의 권고와 기관투자가의 실제 의결권 행사 간 일치율과 괴리율을 산출해 분석에 활용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찬성 보다 반대 행사를 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판단했다. 또 기업지배구조원이 찬성 권고안을 줬지만 기관투자가가 반대 행사를 한 경우에는 매우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봤다.
기업지배구조원의 반대 권고와 국민연금의 반대 행사가 일치한 반대 권고 일치율은 2016년 32.8%에서 2017년 33.8%, 2018년 35.0%, 지난해 44.8%로 증가했다. 또 기업지배구조원의 찬성 권고에도 국민연금이 반대를 행사한 반대 행사 괴리율은 2016년 6.3%에서 2017년 8.3%, 2018년 11.8%로 늘었다가 지난해 9.3%로 다소 줄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2016년 12월 국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가 도입된 직후인 2017년 첫 정기 주총 시점부터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더 적극적으로 이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를 받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지배주주 지분율 수준이 높고 지배주주·국민연금 지분율 간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를 최소 1건 이상 받은 기업군(반대 타깃)과 그렇지 않은 기업군을 비교한 결과 반대 타깃 기업군의 평균 지배주주 지분율은 45.51%로 그렇지 않은 기업군(41.97%)보다 높았다. 지배주주와 국민연금 간 지분율 괴리도 반대 타깃 기업군(41.14%)이 그렇지 않은 기업군(36.63%)보다 높았다. 지배주주·국민연금 간 지분율 괴리가 높을수록 소유 구조가 집중된 것이라는 게 기업지배구조원의 설명이다.
임현일 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은 "소유 구조가 집중된 형태의 기업은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우려도 크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반대 투표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는 내부 지배구조 및 통제 시스템이 취약한 기업에 대해 지배주주를 견제하는 상호보완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