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도성장에 2.0% 턱걸이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지난해 국민소득 잠정치를 보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2047달러로 전년 대비 4.1% 줄었다. 2015년 후 4년 만에 감소세다. 1953년 1인당 국민소득 63달러로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2017년 ‘3만달러 시대’를 열면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축했다. 3만달러를 돌파한 2017년(3만1734달러)에 이어 2018년(3만3434달러)까지 빠르게 늘던 국민소득 증가세는 지난해 제동이 걸렸다.
원화가치가 하락한 데 이어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여파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844조489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0% 늘었다. 성장률 기여도는 정부가 1.5%포인트, 민간이 0.5%포인트였다. 정부의 성장률 기여도가 민간을 앞지른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민간활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지난해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3년(1.7%) 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설비투자는 7.7% 감소하며 2009년(-8.1%) 후 10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치를 나타냈다.
국민소득 올해도 뒷걸음질치나
명목 GDP는 1913조963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1% 증가했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0.9%) 후 최저 증가율이다. 실질 GDP는 기준연도인 2015년 상품·서비스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반면 명목GDP는 현재 실생활 물가를 그대로 반영해 산출한다. 체감경기에 더 가까운 명목GDP 증가율(명목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의미는 그만큼 가계 소득과 기업 영업이익이 덜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명목 성장률이 저조한 것은 실질 성장률이 낮은 가운데 물가(GDP 디플레이터)마저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민 경제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는 전년 대비 0.9% 떨어졌다. 1999년(-1.2%) 후 가장 낮은 수치로 반도체 수출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다.
코로나19 충격이 확산되고 있어 올해 1인당 국민소득과 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올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유력한 데다 올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춘 외국계 투자은행이 늘고 있다. 정부도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국내 경제 성장률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0.2%포인트 정도 낮아지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 견해”라고 말했다.
최근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 들어 이날까지 하루평균 원·달러 환율은 작년 평균 환율보다 1.3% 올랐다(원화가치 하락). 박성빈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고 관광객이 줄고, 운수·항공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수출은 선방하고 있지만 내수부문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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