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왜 없나 했더니…" 딱 걸린 유통업자들

입력 2020-03-03 12:00   수정 2020-03-03 12:47

A사는 작년까지만 해도 산업용 건축자재를 주로 취급하는 유통업체였다. 마스크는 거래하지 않았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주요 취급 품목을 마스크로 바꿨다. 회사 보유자금 20억원을 투입해 개당 700원에 마스크 300만장을 매집한 뒤 단기간 내 5~6배 높은 가격에 되팔았다. 해외 보따리상 등에게 물류창고에서 현금으로 거래하는 방식을 동원해 증빙도 남기지 않았다.

마스크 제조업체인 B사 대표는 가격이 단기 급등하자 기존 거래처 공급을 끊었다. 대신 아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유통업체에 집중적으로 대줬다. 여기에 저가 공급한 물량만 350만장에 달했다. 아들은 이 마스크 물량을 지역 맘카페 공동구매 등에 공급원가 대비 12~15배 높은 가격에 판매했다. 대금은 배우자 자녀 등 차명으로 회수했다.

C씨는 수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의류 인플루언서로, 수요가 폭증한 마스크를 세금계산서 등 증빙자료 없이 사재기했다. 자신의 온라인 마켓에 ‘마스크를 개당 2000원에 한정 판매한다’고 게시한 뒤 곧바로 품절시키는 방식으로 구매자를 끌어모았다. 문의 댓글을 남긴 구매 희망자들에게 따로 연락해 알음알음 고가로 판매했다. 구매자들에게는 친인척 명의 차명 계좌를 알려줘 현금 거래만 유도했다.

국세청이 지난달 25일 전국 마스크 제조·유통업체에 대해 일제 점검에 나선 뒤 실제로 확인한 사례들이다. 국세청은 온라인 판매상과 2?3차 소규모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매점매석, 무자료 거래 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이 중 52명에 대해 3일 세무조사로 전환했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52개 조사팀, 274명의 조사요원을 긴급 투입했다. 보따리상을 통해 해외 반출한 마스크 수출 브로커, 사재기한 후 현금 거래를 유도해 매출을 탈루한 온라인 판매상, 올 1월 이후 마스크 매입이 급증한 2?3차 도매상 등이 타깃이다.

국세청은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을 경우 과거 5년 전까지 세무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실제 부정 행위가 확인되면 조사대상 기간을 10년 전까지로 소급한다. 그동안의 세금 탈루액을 모두 추징하는 한편 자료 은닉?파기, 이중장부 작성 등 조세포탈 행위가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별도로 온라인 판매상, 2?3차 유통업체 129곳을 대상으로 마스크 현장 일제 점검 대상을 이날 대폭 추가했다. 추가 투입인원은 258명이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달 25일 275곳의 마스크 제조·유통업체에 550명을 투입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사업자에 대해선 강력 대응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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