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안하고 여행 안가고…서비스물가 21년 만에 최저

입력 2020-03-03 17:28   수정 2020-03-04 01:0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외식·항공·여행업 등의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이 급락하면서 지난달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21년 만에 최저치(0.4%)를 기록했다. 외출 자제 등으로 소비가 급랭한 탓이다.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1%에 그쳤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20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4% 오른 107.40으로 집계됐다. 1999년 12월(0.1%) 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는 105.80으로 1.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0.4%)를 기록하는 등 0% 안팎에서 머물다가 올 들어 1%대를 유지하고 있다.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건 외식물가 상승률이 0.7% 오른 데 그친 영향이 컸다. 2013년 1월(0.7%)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연초에는 보통 인건비 인상 등으로 외식물가가 많이 오르는데 올해는 상승폭이 거의 없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외식 수요가 감소하면서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행업과 화훼업 관련 물가도 급격한 내림세를 보였다. 해외 단체여행비(-5.8%) 국제항공료(-4.2%) 등이 큰 폭으로 내렸고, 코로나19로 졸업식 등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생화 가격은 11.8% 급락했다.

마스크 가격(KF94 방역용 기준)은 최대 다섯 배까지 올랐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 이전 마스크값은 1장에 오프라인 2000원대 초반, 온라인 800원 정도였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오프라인 가격이 4000원대까지 올랐다”며 “다만 지난달 말 정부의 마스크 공급 정책으로 온라인 중심으로 가격이 소폭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상품 중에서는 석유류 가격이 12.5% 급등하면서 전체 물가를 0.49%포인트 끌어올렸다. 공업제품(2.2%), 전기·수도·가스(1.6%), 농·축·수산물(0.3%) 가격도 올랐다. ‘내수 경기 온도’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0.6% 오르는 데 그쳤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에서 대외 변수와 날씨 등에 영향받는 농산물과 석유제품을 뺀 지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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