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보수 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한변을 비롯한 12개 북한 인권단체는 이날 북한인권법 제정 4주년을 맞아 북한인권법 사문화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엔 국회인권포럼, 자유북한방송, 북한민주화위원회, 세계북한연구센터, NK지식인연대, 탈북인권단체연합, 북한인권시민연합 등도 함께했다. 이들은 북한인권법상 설립돼 정상 운영돼야 할 북한인권재단, 북한인권기록센터,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등이 아예 설립되지 않았거나 파행 운영되고 있고, 북한인권대사의 공석도 장기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변 등은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이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의 방해로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필수 구성원인 검사 없이 파행 운영되고 있고, 북한인권기록센터는 4년이 되도록 보고서 하나 발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인권대사도 임명하지 않고 있으며, 4차례나 북한 김정은과 만남을 가졌지만 북한 인권은 거론조차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동해를 통해 넘어와 귀순의사를 밝힌 탈북 선원 2명을 닷새 만에 강제 북송한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을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변 등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에 가서야 비로소 안대가 풀려 북한행을 깨달은 탈북 선원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고 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을 적법절차 없이, 고문 및 처형 위험이 큰 북한으로 추방한 것은 헌법과 법률 및 유엔고문방지협약 제3조를 심각하게 위반한 대한민국 초유의 인권침해 및 자국민 보호의무 위반 사건”이라고 했다.
한변 등은 작년 12월 문재인 정부가 15년 연속 이뤄진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11년 만에 처음으로 빠진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또 탈북 기자를 남북고위급 회담 취재단에서 배제한 것이나 통일부 관계자들이 하나원 개원 20주년 기념식과 지난해 7월 굶어 죽은 채 발견된 탈북민 모자 장례식장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탈북민 추방이나 아사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한 북한이탈주민법 개정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정부에 △북한에 납치, 억류 중인 우리 국민을 비롯한 모든 사람의 송환 △정치범 수용소의 폐쇄 및 정치범 석방 △자의적 사형 집행의 중단 △식량 배분에서의 신분 차별 폐지 △중국에 의한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 등을 촉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북한엔 남한 출신 선교사 6명(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김원호, 남진우, 고현철)과 데일리NK 최송민 기자(가명) 등이 억류된 상태다. 또 앞으로 남북 회담에 북한 인권을 의제로 포함시키고 초·중등교과서에 북한 인권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변 등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을 무시한 가짜 평화로는 결코 북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다”며 “북한에서 인권 탄압을 주도하는 자를 유엔 안보리가 ‘반인도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기 위해 관련 증거 수집을 계속하고 서울의 유엔 북한인권사무소(FBS)와 긴밀한 공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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