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3일 마스크 사재기나 무자료 거래 등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유통·제조업체 52곳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온라인 판매상과 2·3차 소규모 유통업체가 대부분이다. 대형 제조업체 및 1차 유통사들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사는 작년까지만 해도 산업용 건축자재를 주로 취급하는 유통업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급히 주요 거래 품목을 마스크로 바꿨다. 회사 보유자금 20억원을 투입해 개당 700원에 마스크 300만 장을 매집한 뒤 단기간 내 5~6배 높은 가격에 되팔았다. 해외 보따리상 등에게 물류창고에서 비밀리에 현금으로만 판매하는 방식을 동원하다 세무당국에 적발됐다.
마스크 제조업체인 B사 대표는 가격이 급등하자 기존 거래처 대신 아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유통업체에 집중 공급했다. 아들은 약 350만 장의 마스크를 포털사이트 ‘맘카페’ 등에서 원가 대비 12~15배 높은 가격에 판매했다. 배우자 자녀 등 차명으로 회수해 수익을 빼돌렸다.
수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의류 인플루언서 C씨는 세금계산서 등 증빙 서류도 없이 마스크를 사재기했다. 자신의 온라인 마켓에 ‘개당 2000원에 한정 판매한다’고 게시한 뒤 곧바로 품절시키는 방식으로 구매자를 끌어모았다. 댓글을 남긴 구매 희망자들에게 따로 연락해 고가로 판매했다. 구매자들에게는 차명 계좌를 알려줘 현금 거래만 유도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이런 사업자에 대해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후 세금탈루 혐의가 확인되면 세무조사 기간을 5~10년 전까지로 확대할 방침이다. 세금 탈루액을 전액 추징하는 한편 자료 은닉·파기, 이중장부 작성 등 조세포탈 행위에 대해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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