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케이에이치아이는 지난달 25일 케이프를 상대로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주주제안 안건 6개를 상정할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케이에이치아이는 우선 주주제안을 통해 케이프가 정관에 넣어둔 ‘적대적 M&A 방어 조항’을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 삭제를 요청한 안건은 사내이사 자격을 케이프에서 2년 이상 근무했거나 현재 1년 이상 근무 중인 자로 제한하고, 적대적인 M&A로 이사회를 교체할 경우 주주총회 출석 주주의 70%, 발행주식 총수의 60%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조항이다. 적대적 M&A로 이사가 실직하면 통상적인 퇴직금 외 별도 퇴직보상금으로 대표이사에게는 70억원, 그 외 이사에게는 30억원의 보상을 요구하는 ‘황금 낙하산’ 조항도 삭제 요구 대상이다.
이사 및 감사진에 대한 보수 절감 및 교체 안건도 들어갔다. 케이에이치아이는 임원의 보수총액 한도를 3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낮추는 안과 자신들이 추천한 감사 및 사외이사 1인을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결산 배당 역시 이익잉여금의 5% 이상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케이프 측은 아직 지난해 배당 규모를 발표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의 케이프 지분율은 14.37%다. 최근 한 달간 집중 매수해 의결권 행사 기준이 되는 작년 말 시점에서는 지분율이 1.57%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김 전 회장 측이 이번 소송을 통해 우호 주주들을 포섭한 후 향후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해 분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케이프 대주주인 김종호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1.69%에 달한다.
케이에이치아이 관계자는 “케이프가 매년 이익을 내면서도 주주 배당은 2012년 이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며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제안 내용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도 김 전 회장의 주주제안에 호응해 위임장을 모아 케이에이치아이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 케이프 소액주주는 “주주모임을 구성해 5%가량의 지분을 확보했다”며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김 전 회장 측과 연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케이프는 조선기자재인 실린더라이더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2548억원, 영업이익 152억원을 거둔 우량 기업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케이프의 작년 3분기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37배로 저평가돼 있다.
경영권 분쟁 사실이 알려지면서 케이프 주가는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240원(7.77%) 오른 3330원에 마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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