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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작곡가 레오시 야나체크(1854~1928)의 현악4중주곡 1번 ‘크로이처 소나타’(1923)는 베토벤보다 톨스토이로부터 영감을 받은 곡이다. 야나체크는 “톨스토이가 묘사한 것처럼, 고통당하고 쓰러져 버린 어느 불쌍한 여인을 생각했다”고 적었다. 깊이 빠져들었지만 늙은 자신과는 도저히 맺어질 수 없을 만큼 젊은 데다 유부녀였던 연인 카밀라의 결혼생활이 불행하리라고 여겼던 것 같다.
이 곡은 만년에 들어서야 최고의 명곡들을 양산한 야나체크의 솜씨가 격렬하고 그로테스크하게 펼쳐진다. 20세기 음악이지만 낭만성도 있고, 동유럽 분위기도 살아 있다. 4악장 구성이지만 17분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간결하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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